그날. 이성복.
그날. 이성복.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 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그날. 이성복.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 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사랑법 첫째. 고정희(1990).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에 커다란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지금은 비가…. 조은. 벼랑에서 만나자. 부디 그곳에서 웃어주고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다오. 그러면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 아, 기적같이 부르고 다니는 발길 속으로 지금은 비가…
손 무덤. 박노해 올 어린이날만은 안사람과 아들놈 손목 잡고 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 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 손목이 날아갔다 작업복을 입었다고 사장님 그라나다 승용차도 공장장님 로얄살롱도 부장님 스텔라도 태워 주지 않아 한참
밥은 모든 밥상에 놓인 게 아니란다. 고정희. 아침이 찬란하게 빨랫줄에 걸려 있구나 한국산 범패 소리가 너도밤나무 숲을 멱감기는 골짜기쯤에서 우리는 너도밤나무 잎사귀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둥그런 밥상 앞에 둘러앉는다
오적. 김지하. (사상계 1970년 5월호)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채송화 그 낮은 꽃을 보려면 그 앞에서 고개 숙여야 한다 그 앞에서 무릎도 끓어야 한다 삶의 꽃도 무릎을 꿇어야 보인다.
슬프다 내가 사랑헀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그런 날이 있다. 사는 일이 다 별것도 아닌데 그렇게 추운 때가 있다. 신발의 흙을 떤다던가 발을 한번 굴러 본다던가 하는 일이 다 헛일만 같아지고 내가 하얀 백지로 사위어 몇번인지 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