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김수영.
봄밤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너는 결코 서둘지
의혹을 향하여. 황지우
(이것을 거울에 비추어볼 것)
돌멩이를 사랑한다는 것. 박소란.
돌멩이를 사랑한다는 것 박소란 누구든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집 앞 과일 트럭이 떨이 사과를 한 소쿠리 퍼주었다 어둑해진 골목을 더듬거리며 빠져나가는 트럭의 꽁무니를 오래 바라보았다 낡은 코트를 양팔로 안아드는
사랑의 시차. 최영미.
사랑의 시차 최영미 내가 밤일 때 그는 낮이었다 그가 낮일 때 나는 캄캄한 밤이었다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 나의 아침이 너의 밤을 용서 못하고 너의 밤이 나의 오후를 참지 못하고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뉴스피드에 올라온 걸 보고 읽다가, 마지막에 닿기도 전에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났다.
부러운 정히씨—해경의 연서
『지금 편지를 받엇스나 엇전지 당신이 내게 준 글이라고는 잘 믿어지지 안는 것이 슬품니다. 당신이 내게 이러한 것을 경험케 하기 발서 두 번째입니다. 그 한번이 내 시골 잇든 때입니다. 이른 말
우선 그 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김수영.
우선 그 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그 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 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 쓰러진 성스러운 학생들의
그는. 정호승.
그는. 정호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종이배. 정호승.
종이배. 정호승. 내가 생각한 전쟁 속에는 북한 소년이 띄운 종이배 하나 흐르고 있습니다. 아들의 마지막 눈빛이라도 찾기 위하여 이 산 저 산 주검 속을 헤매다가, 그대로 산이 되신 어머니의 눈물강을
사북을 떠나며. 정호승.
사북을 떠나며. 정호승. 술국을 먹고 어둠 속을 털고 일어나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어린 두 아들의 야윈 손을 잡고 검은 산 검은 강을 건너 이 사슬의 땅 마른 풀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