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7. 또 다른 죽음

연구에 참여해주셨던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셨(다고 추정된)다. 근 1년 만에 건 전화 번호는 벌써 작년 11월부터 다른 사람이 사용 중이었다고 하고, 집전화는 사라져버렸다. 작년 4월 마지막 통화 때 요양원을 이야기하셨으니, 새삼 놀라울 일은 아니면서도… 한참 늦었지만 그래도 책이 주인 앞에 잘 닿았으면 좋겠다. 아직 아들네가 같은 곳에 살고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아파트 관리실에든 경로당에든 어디로든 좀 찾아봐야겠다 싶다. 주말이 지나면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그게 제일 의문이다만.

내친 김에 다른 어르신께도 전화를 걸었는데, 폰으로도 두 번, 집으로도 두 번 다 전화를 안 받으신다. 일종의 독거노인이신 셈인데, 닿을 연락처가 더 이상 있는 게 아니라서 갑갑한 마음이지만 별 수는 또 없다. 그래도 아직 혼자 쓰시는 번호가 둘이나 살아 있으니, 어르신도 살아 잘 지내고 계시기를 바랄 뿐이다. 정신은 좀 흐릿해도 건강은 누구 못지 않으셨는데… 하다가도 연배들을 생각하자니 욕심이다 싶기도 하고…

허망한 일들이 참 많다. 아마 당장 학교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마땅한 연구를 더 하지 못할 수 있겠다 싶다. 맞아 내가 그런 걸 하고 있었지. 그리고 그게 크고 중요한 이유였었는데. 그치만 연구가 내 밥을 먹여주지 않으니 도통 어쩔테냐? 그런.. 변명하고 싶은 마음 같은 거다. 씁쓸하고 슬픈 날이다.

그나마도 이 소식을 확인하게 된 건 오래 묵은 책 한 권이 나온 덕이다. 아직 나도 못 받아본 터라, 내일이라도 왔으면 좋겠네… 내 손을 떠난 지 오랜 원고지만 그래도 어른들께 부끄러운 모양은 아니길, 폐를 끼치지는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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