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을 향하여. 황지우
(이것을 거울에 비추어볼 것)
(이것을 거울에 비추어볼 것)
돌멩이를 사랑한다는 것 박소란 누구든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집 앞 과일 트럭이 떨이 사과를 한 소쿠리 퍼주었다 어둑해진 골목을 더듬거리며 빠져나가는 트럭의 꽁무니를 오래 바라보았다 낡은 코트를 양팔로 안아드는
사랑의 시차 최영미 내가 밤일 때 그는 낮이었다 그가 낮일 때 나는 캄캄한 밤이었다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 나의 아침이 너의 밤을 용서 못하고 너의 밤이 나의 오후를 참지 못하고
뉴스피드에 올라온 걸 보고 읽다가, 마지막에 닿기도 전에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났다.
우선 그 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그 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 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 쓰러진 성스러운 학생들의
그는. 정호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종이배. 정호승. 내가 생각한 전쟁 속에는 북한 소년이 띄운 종이배 하나 흐르고 있습니다. 아들의 마지막 눈빛이라도 찾기 위하여 이 산 저 산 주검 속을 헤매다가, 그대로 산이 되신 어머니의 눈물강을
사북을 떠나며. 정호승. 술국을 먹고 어둠 속을 털고 일어나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어린 두 아들의 야윈 손을 잡고 검은 산 검은 강을 건너 이 사슬의 땅 마른 풀섶을
시인예수. 정호승. 그는 모든 사람을 시인이게 하는 시인 사랑하는 자의 노래를 부르는 새벽의 사람 해 뜨는 곳에서 가장 어두운 고요한 기다림의 아들 절벽 위에 길을 내어 길을 걸으면 그는 언제나
혼혈아에게. 정호승. 너의 고향은 아가야 아메리카가 아니다 네 아버지가 매섭게 총을 겨누고 어머니를 쓰러뜨리던 질겁하던 수수밭이다 찢어진 옷고름만 홀로 남아 흐느끼던 논둑길이다 지뢰들이 숨죽이며 숨어 있던 모래밭 탱크가 지나간 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