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뭐랄까.. 제목을 붙일 정도의 열정도 남아있지 않은 것일까.. 그런 생각을 제목 쓰면서 했다. 대체로 모든 상황에서 고민이라는 걸 안 하고 싶다.
지난 4일 잠깐 집에 들른 엄빠를 졸다 깨서 눈 비비며 맞았었다. 문제는 이때 이미 아빠의 증상이 시작된 중이었던 것. 감기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았던 것 같은데, 미리 알았더라면 지랄발광이라도 했겠지만 모르고 당해(?)버렸다. 아빠가 콧물이며 기침이 점차 심해져 6일 오전 해본 자가키트에서 양성, 나란히 손 잡고 엄빠가 같이 PCR 받으러 가서 7일 확진. 와중에 나는 6일 오전 소식 듣고 처음 한 자가에서 음성. 애초에 6일 오후 간만에 만날 모임이 있어서 미리 자가키트 다 해보고 만나자 했던 거였는데, 이 모임이 고양이를 기르는 집에서 있었던 터라, 목이 살살 간질간질 한 걸 고양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는 다른 의심을 덜어버렸다. 그러고는 (다음 날이 학교 출근이니 혹시 몰라) 6일 저녁에 또 해본 자가에서도 음성. 목 간지러운 건 알러지 반응이니 늘상 그렇듯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했더랬다.
그러곤 7일 아침이 됐는데 어째서 여전히 목이 간지러운 거죠? 꺼림칙한 마음에 학교 출근도 거르고 근처 종합병원 가서 당일 PCR을 노리고 2시간 넘게 줄을 섰는데… 이 ㅈ같은 병원놈들이 “PCR 우선대상 사유가 없으면, 신속항원 생략하고 PCR을 바로 받을 수 없게” 한다는 (종합병원답지 않은) ㅈ같은 규정을 만들어놨다. 그 사유가 있으면 종합병원을 왜 누가 가겠어? 그냥 선별진료소를 가지? 그래놓고 신속항원이랑 PCR 검사 줄은 아예 구분도 안 해두었고. 병원 규칙상 “증상이 있으면 PCR을 바로 못 받는다. (상식적인 사람의 판단이라면, 증상이 있으면 신속 없이도 바로 PCR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님..?) 증상이 있어도 신속에서 양성이 뜨지 않으면 PCR을 바로 못 받는다. 증상이 있어도 신속에서 음성이 떴는데 PCR을 받으려면 (2시간 반 넘게 기다려서 신속을 받고 또 30분-1시간을 기다려서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에서나 받을 수 있는) 9만원짜리 PCR을 받아야 한다”라는 거다. 그니까 나는 “9만원짜리(비보험-본인부담) PCR을 그냥 받겠다. 나에게 PCR을 해라.”라고 하는데 “넌 증상이 있으니 PCR을 해줄 수 없다.”라는 괴랄한 말을 해대는 것.
그 와중에 안내자는 ‘병원룰은 이렇지만 대충 이렇게 해드릴게요’라며 선심쓰는 척 안내를 해놓고는 ‘대충 이렇게’ 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작성 요령을 내게 전달하지 않았고, 그 다음부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 결과, 앞에서 안내한 놈은 9만원 PCR이라도 받게 해줄 것처럼 하다가 막상 문진 담당자는 “죽어도 PCR은 못해준다”로 끝나게 된 거다. 굉장히 어이없어 하면서 우선 신속을 다 받고, 안내자를 소환해서 개—빡친 채로 줄 선 사람 구경날 정도로 소리질러가며 개—진상짓을 했지만 결론은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미안하다, 가 전부. 심지어 지들은 이제 밥 먹을 시간이라 신속검사 결과가 나와도 PCR은 오후 근무 시간이 돼야 받을 수 있다는 개—어이없는 결말.
상당히 빡친 채로 얼어죽을 날씨에 밖에 앉아서 신속 결과를 기다렸고, 음성이 나온 걸 확인했고, 이미 거의 세 시간 가량을 밖에서 떨었는데 “또 다시 앉아서 30분을 넘게 기다렸다가 돈 9만원을 더 내고 PCR을 받고 오늘 수업 세 개를 다 펑크내는” 것이 과연 나에게 적절한 선택인지를 고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더럽고 짜증이 나서라도 해치우고 싶은 마음 반, 어차피 신속에서 음성까지 나왔는데 이렇게 비싼 돈 버려가며 분노에 가득차서 몸을 망쳐야 하는가 하는 회의 반. 결국 예정에 없던 택시까지 불러 서초로 출근했고, 예정된 수업 세 개를 다 돌았다. 학교에도 신속에서 음성이 떴으니 내일은 다시 출근하겠다 연락도 해두었었다.
그렇게 수업을 돌던 와중에 언니한테서, “목부터 증상이 먼저 오는 걸 고려해서 자가키트 검체를 코가 아니라 목에서 채취하면 양성이 더 잘 뜬다더라는 얘기를 듣고 그대로 해봤더니 정말 양성이 나왔다, 그래서 지금 양성 나온 키트 들고 PCR 하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얘기를 듣고 정말로 목에다 키트 했더니, 시발, 양성. 혹시 몰라 다시 또 다른 업체 걸로 코랑 목에 5분 간격으로 다시 한번씩 해봤더니, 시이발 코에선 음성 목에선 양성. 방금 막 수업하고 온 세 집에 연락 돌리고, 학교에도 다시 또 연락 돌리고, 저세상 민폐 인간으로 등극.
결국 8일 오전, 목에서 검체 채취해 양성 뜬 키트 두 개를 고이 지퍼백에 담아 들고 근처 임시선별진료소로 가서 30분컷에 PCR 검사 완료. 집에 와서 자체 격리 시작. 9일 오전 확진 판정 통보. 그리고 드디어 오늘이 자가격리 마지막날이다. 매주 미취학~초등 어린이들을 8명씩 만나대는 터라 내 밥줄을 위해서라도 아주 보수적이고 깐깐하게 관리하는 편이라고 자임했건만, 가족이 옮기는 데엔 어차피 장사 없고, 한번 걸리면 그냥 와르르쾅쾅 존나 다 망해버리더라. 욕 할 기운도 안 남았을 정도로 그냥 다 망했다는 얘기.
그 사이 뭔모프는 블로그 구축도 끝났고, 첫 번째 글 연재도 시작했고, 관련 옵챗에 홍보 아닌 홍보도 한 덕에 나흘만에 조회수가 300을 넘었다. (내 블로그 역대 최고 누적조회수보다 높음..ㅎ) 2편과 3편은 이번 주 안에 업로드 할 예정이고, 시리즈 1이 끝나는 대로 나올 시리즈 2도 목차는 다 짜여있다.
연구소 공개세미나도 일정이 확정되었다. 3월 24일 목요일 저녁. 30분 안에 200쪽이 넘는 논문을 얼마나 소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발표자료 만들다가 집어 던지지만 않아도 양반이겠다 싶은데 어제 하루 밤 새면서 마음 속으로 이미 숱하게 집어던져 버렸다. 결국 막판엔 딴짓 아닌 딴짓을 더 많이 했다.
격리가 다 끝나도 과외 수업은 바로 재개할 수 없을 것 같다. 하기야 나도 아직 내가 걱정되는데 학부모들이라고 안 그럴까. 애가 걸려서 2주, 삼일절 껴서 1주, 다시 내가 걸려서 또 2주까지 벌써 5주를 못 보는 꼬매가 나를 못 봐서 아쉬워한단 얘기에 괜히 고맙고 짠하고 그랬다. 나 너무 불쌍하다 요즘. 매우 심하게 답답하고, 우울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 그냥 공간에 갇혀서뿐만은 아닌 것 같다.
오늘의 기쁜 발견은, 교대한 전임 조교가 내가 정말 흥미롭게 읽었고 아주 깊은 인상을 느꼈던 어떤 책의 저자였다는 점. 오지랖 넓게 페북 친추도 하고 카톡 메시지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