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5. 근황

지근거리 모교에서 두시간 반씩 코로나 방역 관련 알바를 한다. 4대 보험을 주지 않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 자를 수 있게 하기 위해 형식상 ‘자원봉사’라고 불린다. 시급이 최저에 비해 매우 좋아 짧은 낮시간 파트를 원하는 전업주부에게 매력적인 자리로 여겨진다.

모 연구소에서 상임연구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내가 추정하는 나의 존재이유/역할은 일머리 좋은 막내이자 적당한 젊음 같은 것이 아닐까.. 추정만 한다. 왜 불렀는지 속 시원히 누가 얘기해주면 좋겠네. 작년 11월쯤 연구위원으로 합류했고, 올해 1월부터는 상임이 되어서 소정의 활동비를 받고, 자잘한 행정업무와 홈페이지 관리, 하반기 행사인 포럼 진행을 맡게 됐다. 하지만 상근은 하지 않는다.

또 모 연구소에서는 무려 다시, 연구조교로 복귀하게 되었다. 떠나갔던 전관을 불러낸 것은 자리 바뀐 줄도 모르게 스무스하게 일하라는 뜻이겠으나 전혀 건드려 본 적 없는 행정 업무를 같이 하게 돼서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사이 나는 일머리 대신 게으름과 설렁설렁력(?)만 늘었기 때문에 인수인계부터 다른 조교와 업무분장을 다시 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임이 너무 독박을 쓰고 있었다.

총 여덟 명의 아이들과 주당 10시간 수업을 한다. 위치가 서초교대반포대치이촌등지인 까닭에 수업하는 시간만큼 길바닥에 돈과 시간(과 잠)을 흩뿌리며 생활한다. 종종 보람있고 귀엽지만, 대체로는 일 자체가 소모적이어서 나를 축내게 된다. 하지만 가장 큰 돈이 된다.

O와 뭔모프를 시작했다. 플랫폼 선택과 구축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 원하는 만큼을 딱 다 담으면서 가볍게 시도해볼만하고 공짜인 무언가가 없을지 생각하고 있다. 글도 좀 써야 한다.

모 연구소의 연구위원들과 격주로 세미나를 진행한다. 첫 책으로 <오버 데어>를 읽었고, 두 번째로 <반란의 매춘부>를 3회에 걸쳐 읽기로 하여 1회차를 어제 마쳤다.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읽기는 이미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이 끝나면 논문 내용으로 오픈세미나도 한번 열어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3월 너무 바빠서 발표 준비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마이너 필링스>, <당신의 말이 역사가 되도록>,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있다.

위의 모 연구소의 세미나를 하다보니 B와도 같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나만 쓰는) 모임 이름은 ‘같이 읽어요’. 어쩌다 발견한 <남성 특권>을 같이 읽어보면 어떨까 해서 제안했던 것이 점점 책들이 더 붙어 벌써 8권의 순서가 짜여졌고, 그 뒤로 다섯 권이 더 추가를 기다리고 있다. 해서 첫 책으로 읽고 있는 것이 정희진.

캐시 박 홍은 가벼운 손을 위해 시작해 무거운 마음으로 읽고 있다. 가운뎃것은 구술 작업 이야기길래 가장 먼저 집어들고는 나머지 두 권에 밀려 두어 주째 진도를 더 못 빼고 있다. 졸리다.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