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5. 낡아가는 중

조금씩 조금씩 낡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꼭 하루에 하루씩만큼 낡아가고 있다. 이런저런 일들에 마음 쓰지 않으려고 해도, 매번 지는 것은 내 쪽이다. 집n(세본지 오래돼서 까먹었다. 그리고 이사했으니까 순서가 바뀌어야 맞으려나)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혼자서 이토록 참을 수 없는 삶의 구질구질함에 화가 조금 났다. 모든 게 다 막다른 골목 같은 느낌. 옛날에 브라운관TV처럼 두꺼운 모니터 쓰던 시절에는 화면보호기라는 게 있었더랬지. 오만가지 화면보호기 중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게 벽돌미로 돌아다니는 거였는데, 지금 내 하루하루가 딱 그런 미로에서 돌고 있는 느낌이다.

B와 얘기 하다 내가 지금 소소한 성취감이 필요한 시기라는 데에 합의? 동의? 공감? 했다. 무슨 조약 조문 같네. 갑과 을은 뫄뫄뫄에 공감하여 솨솨솨에 합의하였다.. 같은 느낌. 정말 소박하고 소소한 성취감을 위해 소소한듯 소소하지 않은 돈을 좀 썼다. 유의미한 성취감의 원천이 되어줄까? 어쩌면 진짜 멘토 나부랭이라도 필요한 시기인 걸까? 대학원 생활 외롭게 했다는 생각을 꽤나 많이 했는데, 그때보다도 지금이 더 외로운 것 같다. 대화도 가능하고 서로 이해도 할 수 있는 말 통하는 존재들과 얘기다운 얘기를 좀 하고 싶다. 아이들은 귀엽지만, 귀여운 존재들에겐 오로지 귀여움뿐이지. 귀여움이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건 차라리 사람 아닌 귀여운 것들에게나 가능한 말이 아닐까.

집채만한 바위는 없어도 손바닥보다 작은 자갈 하나둘씩 쌓여서 둑처럼 쌓였다고 쓰려고 생각해보니, 사실은 그냥 집채만한 바위도 둑을 이룬 자갈도 모두 다 성실하게 내 생을 누르고 있는 것 같네. 가끔이라도 즐거워서 다행이야.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