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칠일 씩이나 됐냐? 일 하겠다고 거실에 자리 깐지 두 시간 지났는데 일 하나도 안 했다. 방금 앞 문장 쓰면서 ‘1도 안 했다’고 하려던 걸 고쳐먹었다. 얼마 전에 B에겐 얘기했었는데, 글 좀 신경써서 쓴다는 구독형 메일링 서비스에서 진지한 글 와중에 “왜때문에”라는 말을 쓰는 걸 보고 대단히 거슬렸던 기억이 있다. 비슷한 의미로 나는 “일도 안 했다”라는 말도 재미로야 얼마든 쓰겠고 이미 많이들 일상용어로 쓰는 표현이 돼버렸지만 사실은 활자로 옮기기엔 영 좋지 못하다고 느낀다는 점에서 고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는 것. 나는 내가 종종 과히 꼰대스러운 소리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알고도 그러는 거고 일부러 그러는 거다. 그래도 진짜 꼰대 같은 꼰대는 되지 말아야지(?)
오늘 애가 아프다고 과외 하나가 파토가 났는데 같은 동네 바로 옆 단지의 다른 과외 끝나고 나오는 참에 길에서 주루룩 마주쳤다. 인사 하고 휘리릭 지나가는데 아이 엄마가 왠지 멋쩍게 웃으면서 뿅뿅이 병원가는 중이라고 내 뒤통수에 대고 덧붙였다. 누가 뭐랬나. 놀면 저도 좋아요, 어머님. 꺄르륵.
학원 종사자 접종한다는 말이 있다. 뭔놈의 설문을 하루만에 다 내라고 했단다. 근데 그러고도 다 될 것 같은 우리나라 좋은 나라 위대한 다이내믹 코리아! 사실 다이내믹 코리아는 이제는 흘러간 옛 브랜딩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이후론 그만한 임팩트 있는 뭐가 없었는지 어쨌는지 하여튼 난 다이내믹 코리아 밖에 모르겠고요…
5월 말에 제출한 걸 7월 중순에 최종 내는데 여태까지 이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여태 이러고 있다. 밍기적밍기적 고치면서 더욱 격하게 밍기적밍기적거리고 있기 때문에 맘에 들 정도로 진도가 빠지진 않았다. 나란 쓰레기. 시발. 핑곗김에 호텔에 이박을 잡고 논문 마무리를 하러 가기로 했다. 근데 사실 ㅈ나 핑계고 그냥 요즘 유독 더 집에 있기가 싫어. 요즘은 지하철 기다리면서나 카페에서 시간 죽이면서 다방 직방 피터팬을 괜시리 구경한다. 맘 같아선 아주 그냥 혼인신고라도 가라로 해서 전세나 하나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신혼도 아니고 사회초년생도 아니고 (대학을 졸업한 것도 아니고 신입사원도 아니고 그냥 하여간 나는 존ㅡ나 아무것도 아니다 이번에 삼성카드에서 신카 새로 발급 받으면서 한번 더 뼈저리게 느낌) 나는 이 나라와 제도가 고려할 여지가 전혀 없는 부류의, 일종의 투명인간이기 때문에 거주안정은 먼나라 꿈나라 별나라 얘기야.
지금 이거 쓰는 데에 한 10분 좀 넘게 걸렸으려나? 논문도 이 속도로 뽑아내야 예정대로 보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논문을 이런 의식의 흐름으로 쓸 수도 없고 이것 참 곤란하군요. 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