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라고 송신도 할머니가 그러셨었지. 하지만 내 마음은 매일매일 지고 있다네. 무엇에 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자꾸만 지고 있다.
돈 버는 것 빼고 다 줄인다, 그랬는데 이젠 돈 버는 것도 준다. 이러느니 차라리 전부 다 쉬어버리면 좋겠는데 아직 또 그 정도는 되지 못하고.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지. 대승적 차원에서 전국팔도 일괄 셧다운 좀 부탁합니다 제발.
밖은 너무 덥고 지하철은 과히 춥다. 아침 집을 나서는 길에 에어컨 켜짐 예약을 몇 시간으로 해뒀더라. 에어컨은 몇 시간째 돌아가고 있을까. 가물가물하다. 집에 가면 택배가 와있겠지. 여름이 다 가는데 쪼리를 하나 더 샀다. 사실 두 개 샀다. 둘 다 내 건 아니지만. 맨날 나보고 손톱 길다고 구박하던 우리 귀여운 J를 내일은 볼 수가 없네. 오늘 네일 새로 한 거 자랑해야 하는데 흠.
내일 상사님 뵈러 간다. 결국 스터디룸 예약했다. 그래도 댁에서부터 스룸까진 거리가 좀 있고, 날 더운 여름 한낮에 거동 불편한 어르신 모시고 걷기에 뭐해서 택시를 부를까도 싶은데, 아 증말 넘나 차 있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연수라도 빨리 받아서 쏘카그린카 좀 타면 좋을 텐데. 시간도 없고 돈도 없다. 떼잉쯧.
지하철 계단 오르는데 눈 앞에 팀버랜드 워커가 보인다. 이 날씨에….? 며칠 전에도 보고 괜히 내가 다 답답했는데 대단하다 사람들. 아까 집2 가서 잠깐 있으면서 느낀 건데 이제 에어컨 안 나오는 실내를 참을 수가 없다. 이렇게나 나약한 인간 몸뚱이. 몸뚱이 하니 생각났는데 요즘 알러지로 계속 고통 받는다. 일단 하던대로 약으로 계속 때운다. 뭐가 문젠지는 잘 모르겠다. 대청소하고 닥치는대로 다 빨아야 할 것 같은데 마음 시간 돈 체력 전부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알러지 뿐이야.
낮엔 301 올라가서 점심 먹고 서비스로 상하목장 우유 아이스크림 받아 먹었다. 뫄이쪙. 지하철역 나와서 근처 스벅 갔다. 코로나 팡팡이라고 맨날 쳐욕하면서 스벅 커피 잘도 쳐마신다. 나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 상사님과 통화했고, 스룸 예약했고, 뭐 별 거 안 했는데 대충 시간 돼서 움직였다. 네일샵 가서 손 하고 집2 가서 아주 잠깐 쉬었다. 손톱 밑살을 꽤 많이 갈아내고 큐티클 라인을 평소보다 더 깊게 밀었다. 바디가 긴 건 좋지만 손톱 끝이 많이 남는 건 별로다. 원장님은 아플텐데? 아 내가 무서운데? 하면서 잘 밀고 잘 갈았다. 다 쉬고 A 퇴근해 집에 올 시간 맞춰 밥 먹으러 출발, D 방에도 불이 켜있길래 전화해 불러냈더니 가게로 걷는 도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근 2년만에 간 가게에선 해물탕 먹었다. 팔팔 끓어오르는데 아무도 낙지를 자르러 오지 않아 그냥 D 시켰다. 요즘 일 안 하고 논단다. 가끔 쿠팡이츠 알바 한단다. 어영부영 여자친구가 먹여살리고 있겠지 부러운 자식. 여자친구 따라서 왁싱 배우라고 강력추천 하였다. 술 먹고 싶었는데 시키진 않았다. 얻어먹는 처지에 술까지 시켜먹고 쏙 돌아오기 좀 뭣해서. 오는 길이 출발도 하기 전부터 질려서 부친께 전화도 해보았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안 오셨다. 잠깐 설렜는데 젠장. 결국은 그냥 원안대로 귀가 중이다.
성실하게 불성실한 삶. 불성실하게 성실한 삶. 그 중간 어디쯤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다 모르겠고 다 싫다 싫어. 집에 가서 술 마셔야지 남은 명란 놓고 콸콸콸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