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6. 단상

잠시 짚어, 지난 8일의 단상. “자려고 누운 어떤 밤에는 머리가 시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임시글에 이리 써두었었다.

문득 누워 인스타 스토리를 둘러보다가 생각이 가닿았다. 내가 어떤 글들을 불–편하게 여겼던 까닭은 어쩌면 그 단호함과 선명성에 있을지 모른다. 내가 읽어온 글들, 내게 익숙한 문자들이 으레 한발쯤 도망갈 구석을 만들어 놓는 데에 비해 유독 그 어떤 글들은 그렇지 않았으므로. B의 글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종류의 생경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강하게 화를 내고, 강하게 말하고, 강하게 소리치는 것에는 어색하지 않으면서 유독 강한 글에 놀라는 경향이 있다. 요리조리 빠져나갈 여지들을 만드는 문장들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탓일까. 말과 글을 차별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대체로 정신없이 흘러가버리는 날들 속에 드물게 마음까지 종종거린다. 지난 며칠 부산에 짧게 다녀왔다. 수도권 벗어나는 것조차 쉬이 엄두내지 않았던 지난 몇 년간이 아주 우스울 정도로 순식간에 결정했고, 휘뚜루 결제하고 마뚜루 다녀왔다.

그래서 다시 깨닫는다. 여유는 생기는 게 아니고 만드는 것이고, 마음도 나는 게 아니고 먹는 것이다. 그저 그렇게 할 여유도 마음도 지어내지 못했던 것일뿐. 하염없이 비만 내리는 바다도 잠시 한눈을 팔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다시 다짐한다. 좀 더 자주 이렇게 결심하기로.

곧 다음 주가 되면 꽤나 빠듯한 일정이 시작될 텐데, 제대로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 수강일정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주 간 과외 셋이 각기 2-4회차 정도 시간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리저리 조절을 좀 해보아야 하는데 당장 내일조차도 준비하지 않는 중이다. 시동 다시 걸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도 같다.

간만에 O와 U로부터 연락이 왔다. 드문드문 톡을 주고 받으며 근황을 나눴다. 살아 종종 연락해주어 고맙다.

1차 인터뷰 녹취들 아직도 다 못끝냈다. 이것만 생각하면 슬슬 너무 늦어진다 싶어 조바심도 막 생기고 한숨도 푹푹 쉬게 되는데 근래 언제고 책상머리에 앉아 오래 집중을 못하니 영 파이다. 입만 살아가지고 나년. 이것도 살펴야하고 저것도 찾아봐야하고 해야할 일들은 많고 봐야할 자료들도 많은데 왜 아무 것도 진행이 안 될까. 가끔 좀 두렵다. 나 너무 핑계가 많거든.

일상의 것들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채로 딱 사흘만 지내고 싶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사흘. 어떻게 안 될까요.

누워 잘 준비를 다 마친 지가 한참인데 잠을 잘 수가 없다. 몸 속 어딘가가 부글 끓는 것도 같고 살살 간지러운 것도 같다. 이런 불쾌함은 대체로 간신히 잠들 수 있을 그때까지 나를 괴롭힌다.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