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1. 다시, 가라앉는다

내 잘못은 아닐 텐데 내 잘못 같아. 내가 이렇게 모자란 사람인가 싶어.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은데. 할만큼 한 것 같은데. 그래도 그냥 내가 부족한 걸까. 여기저기서 아슬아슬해지니까, 다시 별 거 아니구나,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나 쓸모 없구나. 내 존재 의미를 거기서 찾지 않는대도, 내 생존 가능성은 거기에서 찾아야 하는 걸. 아무리 세상에 쉬운 게 하나도 없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다 어렵기만 할 수가 있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25회기까지 마치고, 잠깐 쉬기로 했다. 한 달을 더 지내보고, 별 탈 없이 무리 없이 잘 지내다 오면 그때 다시 마무리를 하는 걸로. 괜찮다 괜찮다 몇 주를 되뇌이니 정말 괜찮은 것 같아 그리 했다. 너무 앞질러 갔을까. 성급했던 걸까. 충분치 않았던 걸까. 전환기라고 생각했다. 내 운명이 이미 나의 밖에 있으니. 기다리는 동안 만큼은 편하게 있기로. 근데 뭐가 이래. 이게 어딜 봐서 편할 수 있는 상황이냐. 암만해도 헛된 꿈인가보다. 행복한 고민은 차치하고서라도 어디든 갈 곳이 있기를, 더는 짤리지 않기를, 적당한 자리가 나주기를, 함께 빌고 바라야 한다는 건 너무 과하다. 과해. 가중처벌이다. 하나만 하게 해주라.

거울 속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원하는 만큼 가닿지 못한다. 맴맴 제자리에 있다. 나는 그냥, 뭘 하는 지도 모를, 입에 발린 멘트를 대강 뱉어내면서 스스로의 무용함을 변명하는, 밥벌이 하나도 똑바로 하지 못하는, 관계맺기에도 어설픈, 뭐 그리 끈적한 정 줄 곳도 없는, 아주 소박하고 소심하고 소용없는 그런 사람일 뿐. 그렇다. 연말이 다가오는데 통장에 돈이 남기는 커녕 카드 한도마저 꾸준히 줄어든다. 먹고는 살겠다고 계속 써대기만 한다. 무엇 하나 만들어내는 것 없이.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