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그 연구원의 아카데미를 들었던 것이 몇 년도인지 매번 헷갈린다. 올해가 몇 년도이고, 몇 기이니, 기수가 셋을 거슬러 가면, 그 해도 셋을 거슬러 가겠지. 그러면 아 그게 14년이었구나. 그러면 그 전해는 13년이었겠구나. 그러면 가만보자, 평화랑 통일이 같은 해이던가, 다른 해이던가. 평화가 하반기고 통일이 상반기인데, 아니지 그때는 아직 그러기 전이었으니 통일도 하반기가 맞구나. 그렇게 곱씹는다. 오늘 소감 발표를 하면서도 거듭 헤아리고, 결국은 자소서까지 찾아 확인했다. 아슬아슬한 기억력이다. 근데 시간은 언제 이렇게 빨리 지났을까. 기억에도 점차 빈자리가 생긴다. 그게 언제였더라, 그런 때가 있었던가, 하면서 가물가물해진다. 이쯤 되니 세월이라는 말이 묘하게 사무치는 단어가 된다. 구태여 더 미화할 것도 없고, 또 부러 미워할 일도 없는, 그런 세월의 파편이 됐다. 파편이 됐다. 됐다. 감히 말로 형용할 수는 없는 어떤 것, 없을 것. 그럴 것.
나는 참으로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었나보다. 그보다는 좀 더 비웠어도, 좀 덜 빨랐어도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