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5. 일상의 事 혹은 思 혹은 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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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 MJ 졸업식엘 다녀왔다. (아마도) 처음으로 부천 땅을 밟아보았고, 가톨릭대학교라는 곳에 들어가보았다. 날씨는 더럽게 추웠지만 햇볕은 따뜻했던 고로 널찍한 학교가 돌아다니기에 썩 좋아보였다. 평소에는 시끄럽지도 않고 한가한 맛이 있겠구나 싶어서 부러웠다. 이화는 한가해야 하는 때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다보니. 오늘 그 중도 앞은 마치 에버랜드 리프트 대기줄 앞의 모습 같았다. 롯데월드 캐릭터처럼 생긴 헬륨풍선을 누군가가 팔고 있었고, 어린이대공원 앞에서 장사하다가 오신 것 같은 번데기 리어카도 있었다. 졸업식 치고는 난생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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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정확히는 23일)에 영화 <동주>를 보았다. 이준익이 찍고 강하늘이 주연을 맡았다. 송몽규 역으로 나온 박정민 배우와 강하늘 배우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방금 막 찾아보니 박정민은 한예종 출신이란다. 강하늘은 중앙대. 유아인이 탐냈던 역이라는 식으로 여론의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거슬렸었다. 보기 전에도 그러리라 생각했지만 보고나니 더욱 동주 역에 유아인의 1%도 구겨 넣어 생각할 수가 없다. 영화 중간중간 윤동주의 시를 읽는 내레이션이 얹히는데, 강하늘이 소화한 이 편이 훨씬 담백했으리라 생각했다. 좋았다. 흑백 촬영을 논한 이가 있었는데, 소감을 한 줄 요약하자면 ‘최고의 흑백은 아니었지만, 어떤 컬러보다도 나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컬러감으로 보정을 했어도 흑백이 해낸 만큼 영화를 잘 살려내지 못했을 것 같다. (배우 박정민은 P시의 중국형을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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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을 넘게 품을 들여서 고등학교 1학년 단원 정리 페이퍼를 만들었다. 개강하면 이 짓 못할텐데 수업준비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머리가 아프다. 욕심을 내면 안 되는데,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 짓을 괜히 사서 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 쉽게 쉽게 갈 수 있을만한 길이라서 골라놓고 또 어렵게 가려고 용을 쓰고 있다. 초장 버릇이 잘못 들면 나중에 답도 없을텐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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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날에는 KBS한국어능력시험을 쳤다. 접수는 한참 전에 했으면서 하루 전 낮까지도 팽팽 놀다가 새벽이 다 돼서 모의고사 하나, 기출문제 하나씩을 깔끔하게 풀고 들어갔다. 그러니까 공부를 한 게 아니라 시험 유형을 구경하는 정도로. 이하 후기. 1) 문제 재활용이 돋보였다. 2) 내가 틀려서 그런 건 아닌데, 낭송되는 시 듣기 문제는 좀 뺐으면 좋겠다. 애매하고 모호하다. 3)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도 그만 보고싶다. 세상 천지에 갖다쓸게 없어서 그런 거를 문제로 내나(…) 의도가 뭔진 알겠는데 그래도 좀 쓸모 있는 동시에 잘 쓴 걸로 추려서 내면 좋겠다. 4) 시에 대해 획일화된 해석을 강요하는 문제 유형도 굳이 있어야 하는 건가 싶다. 수능으로 족하다. 5) 뿨킹 한자어! 시발 맹코앙! 6) 문제를 풀며 5개 정도씩 끊어 마킹을 했고, 1회독(?) 뒤에 마킹 확인하면서 다시 두 번째로 다 읽고, 20분쯤이 남아서 쉬었다. 옆자리 앉은 여자가 시험 종료 후에도 답안지를 수정했다. 제지가 불가능한 상황적인 상황이었다. 7) 수능 그 이상의 퀄리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역량의 부족인지 뭔지는 몰라도 매끄럽지 않아보이는 문제들이 종종 있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것 같은 보기라든지. 문제제기나 항의가 별 의미가 없을테니 가능한 출제였던 것 같다. 8) 결과 발표는 3월 3일 목요일이다. 대강 2주 가량이니까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빨리 결과가 나온다. 사실은 결과 나와 봐야 딱히 쓸 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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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을 ☆올클☆했고, 학자금 대출을 땡겨 등록금을 냈으며, 생활비 대출을 땡겨 카드빚을 일부 갚았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국가근로장학에 붙었다. 왜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유는, 4분위 때도 떨어진 국가장학을 왜 8분위 받은 학기에 선발됐는지 진짜로 이유를 1도 모르겠기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은 사업이용자(학생도 아니고 사업이용자라니 정나미 떨어지는 어휘선택ㅗㅗ)들 물 먹이고 희롱하고 조롱하고 엿 먹이고 농락하는 데 무슨 자부심이라도 느끼는 집단인가보다. 선발과 비선발의 기준이 학교라고 한다면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는데, 어쩌면 교내근로장학 공지를 마치 국가근로장학 공지처럼 훼이크 쩔게 띄워놔서 혼선을 만든 고도의 노림수가 빚어낸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다행은 다행인데, 다시 KOSAF에 접속해서 보니 지원동기를 새벽에 써서 감성포텐이 폭!퐐!해 있다는 게 좀 쪽팔린다. 그래도 출판사 양반들이니까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겠거니. 뭐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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