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애증의 우리 어무 직장이지라. 아니 근데 이게 아니고. 얼마 전에 옛(?)공동체 여우(女友)들을 만났다가 스쳐지나가듯 나온 이야기가 있었는데. 또 갑자기 페이스북을 구경하다가 더하여 생각난 바가 있어 술하여 본다.
그러니까 졸업을 하기도 전부터 휴학을 밥먹듯 하고, 또 아르바이트를 이렇게 왕창왕창 고루고루 하다가보면 생기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러니까 설렁설렁 대학에 입학하고 첫 학기 3월에 맨첨으로 과외를 시작했을적 시간당 2만 5천원짜리 인력일 때는 (고교시절에 비해) 돈 벌기가 이렇게 쉬워도 되나 할 정도로 기분도 좋고 야 내가 그 시절을 헛보낸건 아니구나 싶어서 내심 뿌듯하기도 하고 그래서 가르치는 애들을 붙잡고도 ‘야 너 임마 지금 공부 안 하면 나처럼 시급 2.5만원 못 받고 시급 4320원 받고 일해야 돼’하고 악담 아닌 악담도 했다. 그때는 내가 이만한 돈은 줄만한 가치가 있는 인력인 줄로 알았다.
그렇게 철이 없던 대학 초반 시절에는 수업 대여섯 과목, 과외는 맥시멈 4개 병행, 동아리 2개(+한 곳은 회장), 교회 활동, 연애사업, 블라블라… 그랬다. 과외는 절대 시급 2.5만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대외활동을 하던 당시 가외로 제안받았던 사진촬영 아르바이트는 8박 일정(가물가물)에 숙식 다 해결해주고 무려 전국투어를 하면서 일당 10만원을 받았었고, 스브스 교양제작국에서 어줍잖게나마 인턴 비스무레한걸 할 때는 일당 4만원인가를 받았던 걸로 기억하고(10:00am-6:00pm근무였나 그랬다), 큽스 보도국에서 일할 때엔 야무지게 나인 투 식스로 일당 5만원을 받았다. 그러다 내 시급에 변화가 생긴 것이 2013년 하반기 무렵이었다.
더 이상 과외를 하며 망할 애긔애긔들한테 기가 빨리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무식하게 몸을 굴리면 돈을 받는 알바가 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순전히 몸으로 때우는 알바. 손님 맞이하는 서비스직. 가게 사장 맘대로 근무조건이 엿가락 마냥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그런 알바. 천운인지 첫 맥주집 알바에서 경력도 없는 애가 시급 6천원을 받았다. 당시 최저시급이 4860원이었다. 물론, 야간근무(낮에 시작해 새벽 2시에 끝났다)가 있었지만 야근수당은 따로 받지 않았다. 그래도 적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점포가 근방으로 한 세 군데 정도 되는 스몰비어였는데, 가끔 다른 매장에 일손이 딸리면 차출돼 사장님 차를 타고 딴 매장에 가서 근무를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인간적이지, 그랬다. 도중에 다리를 다쳐 한 달 가까이를 쉬기까지 했는데 내 자리를 없애버리지도 않았고, 반 년 가까이 잘 근무했다.
그 다음해엔 좀 더 집에서 가까운 다른 스몰비어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근무시간은 좀 더 짧아지고, 가게도 좀 더 작아지고, 시급도 좀 더 작아지고. 최저시급이 5210원이던 2014년 내 시급은 5400원이었고, 오픈조 근무를 한 경우엔 식비를 얹어주는 가게였다. 어느 정도 근무기간을 쌓고나선 시급이 5600원으로 올랐다. 시급이 그렇게 올랐을때쯤 2015년 최저시급이 확정·발표됐다. 5580원. 그때부터인가요 오픈 마감을 나홀로 한번에 치게 된 게(…) 근데도 가게가 날이 가면 갈수록 망해가면서(ㅠㅠ) 내 근무시간도 오락가락해지는 참사가, 그러니까 조기퇴근이 많아졌다. 어쨌거나 여기는 반 년을 좀 더 넘겨 일을 하다가 다음 일자리가 전일제로 정해지며 근무를 끝내었다.
그리고 그 전일제 일자리라는 것이 지난 6월까지 몸 담았던 모 부처였다. 흔치 않게도 정부서울청사에 남아있는 그 부처. 물론 보수는 월급제였지만, 기본시급은 5712원이었다. 법정 최저시급보다 딱 132원을 더 받으며 일을 했다. 다름아닌 정부 부처에서. 시간외를 찍으면 시간당 8569원 정도가 나왔다. 그 수당으로 나는 최저 10시간, 최대 약 80시간에 육박하는 초과근무를 해가며 영혼까지 탈탈 털렸고, 그렇게 지금 내가 있지(시발). 상술한 것이 전부도 아니다. 무려 시급이 9000원을 넘었던 교외 근로장학, 8000원 선을 받던 교내 근로장학. 한번 가서 4시간 정도에 수업 준비하고 뒷정리 하면 4만원 받던 조교알바도 있고, 시급 9500원짜리 교육멘토링, 이 글을 끼적이는 현 시점에는 한 타임 무려 2시간 30분 수업에 10만원을 받는 과외를 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래서 받은 돈 다 줄줄이 적어봐야 무슨 소용이냐? 지금까진 서론이었으되, 각설하자면 문제는 이것이었다. 이따위 최저시급에 육박하는 월급을 받고도 일을 했었고, 그보다 훨씬 많은 돈도 받아봤지만, 그리고 그 덕분에 몸도 멘탈도 다 함께 바삭바삭해진 게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그러니까 가장 큰 문제는, 이것보다는 더 받으면서 일 하고 싶다, 는 나의 생각이 내 스스로가 보기에 위험하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욕심부려도 될까. 아무리 풀타임이어도 월 120 넘게 받는 직장이 어디 쉽게 있나. 졸업도 안 한 마당에, 내가 너무 과욕을 부리는게 아닐까. 그렇게 움츠러든다는 거다. 내 눈이 너무 높은 건 아닐까. 그렇게 돼버렸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