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5. 실직자 혹은 구직자

8.7 이력서를 써서, 8.10 메일로 보냈다. 8.12 마감인 공고(A)였다. 8.13 천안에 내려갔다. 또 다른 공고(B)를 발견했다. 8.14까지였다. 밤을 새서 자소서를 써냈다. 8.17 공고(B)로부터 면접 대상자 통보를 받았다. 8.19 공고(B)의 면접을 보러갔다. 면접자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사이에 공고(A)의 면접 일정을 전달받았다. 바로 다음날 8.20 공고(A)의 면접을 봤다. 그리고 점심을 먹는 사이에 공고(B)로부터 탈락 사실을 확인받았다. 기분이 더러웠다.

공고(B)의 면접 현장은 참으로, 참으로 훈훈한 분위기였다. 인상이 좋다는 둥, 면접 점수는 최고겠네요-라는 둥, 뭐 벌써 다 된 것 같네요-라는 둥, 1호선이면 출근하기 좋겠네-라는 둥, 근무기간 끝나고 더 하자고 하면 할거냐-는 둥, 떨어트릴 사람한테는 왠지 하지 않을 것 같은 ―물론 그것도 희망섞인 나의 착각이었지만― 그런 얘기들을, 잔뜩 들었다. 면접이 5배수씩이나 됐다는 게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설마 이렇게까지 괜찮은 면접이었는데? 싶어서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발표가 난 뒤에 만약 공고(A)의 면접을 보게됐다면, 그보다는 훨씬 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었을 것이다. 기실 공고(A)는 회사가 번드르르할 뿐, 나와는 크게 관련도 없고 보수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공고(B)는 어쩌면 이런 타이밍에 이런 일자리가 떴을까 싶게도 왠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생기는 자리였고, 물논 보수도 더 많았지(ㅋ). 근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그냥 똑! 떨어진 것을. 기분이 더러워서 술을 마셨다. 그러곤 또 만취한 상태로 여성인권이 어떻느니 하는 개소리를 떠들었다. 집에 돌아와 잠이 들면서도 기분이 더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 이 한결같은 사람.

작금의 내 처지는 간단히 말해 그다지 좋지 않다. 실직자인지 구직자인지, 휴학생인가 재학생인가, 사람인가 짐승인가… 이제와서 새삼 밥 벌어먹고 살기가 두려워 복학이 하고싶다. 하지만 이미 수강신청은 끝났지. 물론 전공만 몇 개 뚫어보자면 정정기간도 노릴만 할 거다. 복전 과목이야 텅텅 비어있을 거고, 주전 과목도 노리면 빈 자리가 있을 거다. 교양 정도는 뭐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등록할 등록금도 없다. 내가 놀면 나를 먹여살리겠다던 그는 그럴 수가 없는 처지가 됐다. 서운할 일이 아닌데 답답한 마음은 감출 길이 없다. 아주 치졸한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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