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이사는 이틀이 남았고, 블로그는 오늘 이사를 마쳤다. 날짜감각 없이 지내서 며칠 전인지 가물가물 하지만 (정확히 기억해내고 싶지도 않고) 하여튼 얼마 전에 워드프레스 5.6 업데이트 했다가 번역도 같이 업데이트 됐는데 이 번역이 정말 거지발싸개 같아서 “This content is password protected.”를 “이 콘텐츠는 비밀번호로 보호하지 않습니다.”로 번역하는 기현상을 보여 심각하게 빡친 나머지 번역 업데이트만이라도 없애보려다가 대재앙이 시작되었다. 여러 모로 힘 빠지는 한 주라서 빡칠 기운이 더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일지 몰라.
아주 띠용스러운 상황. 이렇게 된 이상 아무 번역도 믿을 수 없다.
나는 블로그에 자동백업을 딱히 걸어놓지 않는데, 가끔씩 생각날 때 수동으로 한 달에 한번쯤 하는 정도다. 12월 중순에 한번 했고, 이후에 뭐 바뀐 거래봐야 글 두세 개 올렸으려나. Updraft backup 써서 번역만 복원하려고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백업도 안 만들고 복원을 돌렸다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메인 화면에 돌아가던 슬라이드 이미지들이 나오지 않는 것. 추정컨대 워프 5.6으로 올라가면서 php 최소사양도 7.4로 올라갔는데, 내 서버는 php 7.3이라서 안 되는 것 같은데 이건 나중에서야 한 추정이고… 그땐 백업이 문젠가 싶었지. 여튼 이전까지도 php 업데이트가 대충 봐선 도무지 해결 안 되는 이슈였어서 팽개쳐두던 참이었는데, 뭐 어떻게든 해봐야겠다 싶어짐. 그 시점에 새로 백업을 하나 해두고(=워프 5.6, 번역 똥망, 이미지 깨짐) 12월 중순걸로 복원해봤더니 12월 말~1월에 쓴 글이 사라져서(=워프 5.5뭐시기, 글 날라감) 다시 마지막 시점(=워프 5.6, 번역 똥망, 이미지 깨짐)으로 복원 돌리고, 결국 번역만 다운그레이드(?) 하는 방법도 알아냈는데(updraft 12월 백업본에서 그냥 others만 선택해서 복원하면 되는 거였다 ㅂㄷㅂㄷ) 이미지 깨짐을 참을 수 없어서 php를 업그레이드 할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어디서부턴가 걷잡을 수 없어지고 말았지…
나는 테마 수정도 서버 접속이나 파일 수정도 다 그때그때 구글링해서 필요한 만큼만 보는 사람이지 php가 뭐고 mysql이 뭔지 1도 모르는 사람인데 무턱대고 이 무모한 짓을 시작하는 바람에 할 수 있는 선택 중에도 가장 안 좋은 선택을 하게 된 거다. (불행 중 다행히도 이 직전에 AWS 스냅샷은 만들어놨다.) php 파일을 개별로 받아서 터미널 접속해 뫄뫄뫄 하는 거는 글 써놓은 사람도 거의 없거니와 쓴 놈들은 다 알만한 놈들이 읽겠지 하면서 매우 불친절하게 써놨고, 어찌저찌 찾다가 bitnami 포럼에서 아예 무슨 램프 스택을 활용해 php를 업데이트 하라는 글을 보고 그걸 따라한 결과(이마저도 시발 뒤지게 힘들었는데) 블로그가 순삭! 해서 남겨뒀던 스냅샷에서 복원해서 새 인스턴스 만들고 고정IP만 후딱 변경해서 일단 사고 이전의 상태로 돌려놨는데 생각할수록 어이없고 허망하고 분기가 탱천해서 내가 이참에 아주 그냥 블로그 새로 파다가 최소 데이터만 옮기고 새로 짜야겠다 시부랄것 하고 결심.
갑자기 딴소리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참 재수가 없는 날이었는데, 기상 시간 30분 늦어서 오늘만은 택시 안 타보겠다고 기를 쓰고 10:18am 출발했는데 문 열고 나가보니 눈이 시바 사람 또 잡아먹게 내리고 있고 신발은 왜 또 워커 안 신고 운동화 신었을까 바꿔신고 싶다 근데 여기서 다시 들어가면 난 진짜 택시각이다 해서 다 포기하고 버정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 ㅈ같은 동네 언덕은 눈만 왔다 하면 사람이고 차고 박살나기 딱 좋아서 지난번 폭설 때도 아예 며칠간 버스가 안 들어와 멀쩡히 좀 전에 올라갔던 버스가 나는 안 태우고 손 휘젓고는 그냥 내려가버렸다. 그래 씨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워커 갈아신고 택시 타고 그래도 늦으면 연락 해야지 별 수 있나 하고 집 들어갔다가 카카오 티맵 둘 다 돌려서 다섯 번째 콜에 택시가 잡혔다. 물론 그 사이에 큰 길까지 다 내려감. 타고 보니 정말정말 최적이라야 7분 지각이길래 눈 오는 꼬라지를 감안해서 15-20분 늦는다고 문자를 보내놨다. 뜻밖에 남부대로는 멀쩡한 편이어서 정말 7분에 도착을 하긴 했는데… 학부모가 “오늘은12시10분전에끝내야해요!”라고 한 거를 난 당연히 12:10 pm 전에 끝내라는 줄 알았는데 원뜻은 11:50am에 끝내라는 말이었고 그런 거면 십분전 열두시라고 했어야지 이 양반아 저게 어딜 봐서 11시 50분 전에 끝내라는 걸로 보이냐 열두 시 정각 수업 마무리 하고 있던 나는 “선생님!선생님!” 외치는 소리에 당황해서 뒤돌아보니 “제가 열두시 십분 전에 끝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사태파악을 못하고 “네? 네! 이제 다 끝났어요!” 하고 있었고… 퇴근 길에 다이소에서 이사 때 쓸 장갑을 두 개 샀는데 막상 집에 와서 보니 세 개를 샀어야 했는데 왜그랬지 싶어서 또 자괴감 들었고. 그 와중에 배는 너무 고파서 이삿짐 줄일 겸 라면 두 개 끓여서 먹었고. 빨래 세 번 돌리고 짐 정리 좀 하다가 몸도 쓰기 싫어져서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워드프레스. 오리지널 5번 창고가 인스턴스 1이라고 치면 인스턴스 2에 복사본(5번 창고-2)을 만들고 고정IP 연결만 1에서 2로 옮겨둔 상태에서부터 시작. 인스턴스 3을 새로 만들고 깨끗한 블로그(5번 창고-3)를 하나 차림. 인스턴스 2의 uploads 폴더는 피씨에 다운받고, 5번 창고-2에서 xml 내보내기 해서 컨텐츠 백업. 인스턴스 2에서 스냅샷 또 하나 찍어두고. 5번 창고-3에다가 xml 가져오기 하고, uploads 폴더 내용 다시 업로드. 5번 창고-3 자동생성 폴더 소유/그룹이 bitnami 아니고 deamon이라서 기존 폴더에 업로드가 또 안 되길래 옛다 모르겠다 하고 2020년 폴더 전부 bitnami로 바꿔버리고(문제 생기면 다시 바꿔야 하겠지만 지금은 안 그래 보이니까 냅둔다) 와르르 업로드. 새로 만든 거라 svg 안 되는 거 다시 풀고, 테마에 필요한 세부설정 다 다시 하고, 특성이미지 깨진 페이지들 전부 수정하고, 로고 이미지 다시 넣고, 인증서 바꾸고…에서 갑자기 문제가 생겼는데. 왠지 몰라도 라이트세일 최근 개설되는 서버에 certbot-auto가 안 돌아간다고 해서 이 글을 참조해 생각보다 쉽게 해결. 근데 생각해보니 아직 자동갱신 등록을 안 했다. certbot-auto 안 돌아가면 이건 어케 돌리지… 그리고 아직 확신할 단계는 아니지만 덕분에 이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4번 창고에서 5번으로 올 때는 All-in-One WP Migration으로 옮겼었으니 그 과정에서 생긴 문제였을 것 같은데 더 궁금하진 않음. 여하튼 얼마나 갈 지 모르겠지만 평화를 얻었다. 비록 집안은 빨래밭 박스밭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만 우울해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