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소송 때문에 변호사를 만났다. 생각보다 사무실은 단촐했다. 조금은 삭막하고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방문상담은 로톡으로 예약 했는데, 사실 상담 자체는 15분도 안 걸린 것 같다. 변호사 말 다 끝난 뒤 제일 첫 소감은, 예약을 위해 미리 적은 내용을 열심히 읽으셨구나, 정도가 끝이었다. 여하튼 계약서도 썼고 착수금도 결제했다.
룸메 대면 첫날부터 언쟁이 있었다. 이제 너무 여러 번 말해서 더 구구절절 생각하고 싶지 않다. 결론은 이 나이 먹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었다는 거다. 그래도 오늘은 또 그럭저럭 무난하게 보냈다. 이사를 하고 나니 세상 다시 없게 정상적인 사람들의 생활 패턴으로 강제 취침 당하는 기분이다. 원래 사람들은 이 시간에 다 자는 건가? 나는 원래 이 시간에 안 자는 사람이라 영 어색하다. 출근 전 간식도 챙겨 먹고, 홍삼도 챙겨 먹고, 밥 때에 밥 먹고 자정 넘으면 잘 준비 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월화수목금일 일하는 도중에 한 2주 걸쳐서 이사 한다고 진을 뺐더니 너무 너무 너무 쉬고 싶다. 금요일 퇴근하고 어디 야경 좋은 호텔에 처박혀서 토요일 하루종일 뒹굴대다가 일요일 아침 챙겨먹고 출근하면 좋겠다. 빨리 쉬는 날 와서 충분히 충전하고 산뜻하게 다시 공부 시작하고 싶다. 오늘 잠깐 책상에 앉아있으면서도 너무 막막해서 다시 이 지경이 된 나한테 화가 좀 났다. 서재는 다음 주에나 마지막 정리가 끝날 것 같다. 책상 구조가 아직 최적을 찾지 못해서 좀 불편하다. 그래도 아늑하긴 하다. 서재가 아늑하면 공부를 못하려나, 그럼 안 되는데…
나는 이제 글이라고는 일기밖에 (혹은 일기조차도) 못 쓰는 사람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