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4. 새해가 밝았거늘

이 글 제목으로 올해 들어 처음 2021 숫자를 썼다. 당연히 2020 적었다가 지우고 바로 고쳤다. 새삼스러울 일은 아닌데… 여하간 앞자리가 바뀌어서 이제 좀 덜 헷갈리려나 싶기도 하다. 누구나 다 그렇듯 아주 어렸을 때엔 이만한 나이가 되면 어른다운 인생을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른이 아닌 건 아니지만 또 되게 어른 같지도 않은 인생이다. 얼마 전에 갑자기 생각났었는데, 동시대 여성들보다 결혼임신출산이 늦은 편이었던 엄마가 지금의 나보다 꼭 한 살이 더 많을 때에 언니를 낳았다. 지금 내 나이로는 결혼은 벌써 했겠고. 점점 더 긴 생을 살아야 하는 탓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 할 때면 정말 새삼스레 새삼스럽다.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이사를 하기로 했다. 도망치는 느낌도 있는데, 사실 또 몹시 안온하지만은 못할 것이다. 내가 그런 생활을 잘 견딜 수 있을지도 아직은 모르겠다. 결심하고 하루 정도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워보느라 애를 쓰고는 다시 또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학원은 시간을 쪼개고 쪼개 간신히 개강 날짜를 잡았다. 과외도 빨리 다시 시작해야 할 텐데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모르겠다. 이런 생각하면 역시 그냥 다 지겹다. 이달 카드값은 사금융(aka 호적메이트)에 기대 메꿔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그녀는 존나 빡치겠지만 K장녀 만만세다.

그래도 B 덕분에 요며칠 집구석에 들어앉아서도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졸지에 내 인생에서 가장 한량같은 시절을 두문불출하며 보내고 있지만, 같이 있는 동안은 흐르는 시간을 잊는다. 이별이 주는 에너지로 공부를 하고 글을 쓰면 아주 으마으마할거시다 하는 따위의 개소리도 했지만, 그건 정말 개소리일 뿐이고. 그라도 있어 아직 무너지지 않고 이만큼 웃으며 지낸다. 근데 쓰고보니 너무 부담스러울 문장이네. 아냐, 그럴 필요는 없어, 명심해.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