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5. 누룽지 먹는다

이게 탕인지 죽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물에 누룽지 넣고 끓인 무언가를 먹는다. 간장이 없어 그냥 소금후추 조금 뿌려 먹는다. 큰 모니터에서는 줌 강의가 흐른다. 지지난주 하지 못한 발표를 이어 한다. 약간씩 배어나는 사투리가 어딘가 귀엽다.

월요일 20회에 걸친 PT가 끝났다. 10회 마칠 즈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20회 마칠 때 되니 확―실히 만족. 그동안 쌤 왈, “처음엔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았는데 이제 자세가 좀 나오네요.” “식사 잘 챙겨드세요? 단백질 많이 드셔야 해요. 운동 이렇게 하면서 밥 안 챙겨먹으면 살 빠져요. 지금 살 더 빠지면 안 될 거 같은데. 아니 살을 좀 찌우셔야 할 거 같은데.” “근데 마르긴 했어도 원래 힘이 막 없는 몸은 아니신 것 같아요.” “초보 때는 무게가 쭉쭉 올라가는데, 이게 언젠가 정체기가 올 거예요. 근데 그러면 무게 올리려면 살을 찌워야 돼요.” (스트랩 바벨에 감으면서) “아니 이게 아 두 바퀴가 넘게… 아 손이 작으니까 이게 좀 불편하구나… 근데 그래도 하다보면 이게 혼자 다 하실 수 있어요. 혹시 오토바이 타보셨어요? 오토바이 핸들 돌리는 것처럼 돌리시면 되는데…” (벨트 채우고) “좀 압박이 되세요? 전혀 안 되죠? 이거 딱 타이트한 데까지 당겨보세요. 아니 허리가 너무 얇으셔가지고. 아 두꺼운 게 등으로 가면 돼요. (…) 어떠세요? 훨씬 낫지 않아요?” “이제 한 50 정도 들면 사람들이 쳐다볼 수도 있어요. 잘해서 그런 거예요. 여자분들 그렇게 드시는 분들 잘 없거든요. 지금 50키로 안 나가시죠? 자기 몸무게 정도 들면 이제 아 초보는 벗어났다, 그렇게 볼 수 있구요, 몸무게 한 두 배쯤 들면 그때는 이제 진짜 좀 잘한다, 근데 그게 쉽지가 않죠.” …… 3대 하나씩 메인으로 운동프로그램 세 종류 짰다. 어제는 스쾃 50, 데드 40까지 했다.

빨래 다 널고 잠깐 눈 붙이고 일어났다. 자는 사이 아주 괴랄한 꿈을 꿨다. 초등부 4타임 근무 아니고 6타임 근무인데 모르고 4타임 맞춰 뒤늦게 출근했고 학원 사람들도 모르고 있었던, 그 새로 만들어진 반에 있는 난생 처음보는 애들 안고 둥가둥가 해주는, 근데 또 수업해야 할 시간에 나는 버스를 타고 한강 어느 다리를 건너다가 학부모로부터 카톡을 받는(초등부 학부모들은 내 연락처를 모르므로 전혀 그럴 일이 없는 데도), 심지어 한 명 카톡온 후에 갑자기 단톡방에 초대되어 안 읽는다고 욕 먹고 있던, 그러다 정신이 살짝 돌아올 쯤엔 줌에서 발표하는 녀석 목소리가 아주 많이 심각하게 많이 거슬려서 몸을 일으켜 안경까지 쓰고 소리를 줄이고 다시 누웠는데, 그러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올려 덮었는데도 여전히 소리가 거슬려서, 어지간해서는 잘 쓰지 않는 귀마개 찾아 꼽고 다시 누워 잤다. 1230 맞춰둔 알람은 흘려 들었고, 1240 걸려온 모닝콜 진동소리에 어라 나는 에어팟 끼고 있는데 왜 벨소리는 안 울리지… 통화 왜 바로 연결 안 되지… 하며 멍청한 몇 초가 흐르고 나서야 귀마개를 빼 전화를 받았다.

비가 내려 날이 차고 습하다. 정말 나가고 싶지 않은 날씨. 왜인지 어제 늦은밤 두부김치에 막걸리가 생각나더라니 비의 기운 때문이었나보다. 술동무 매우 원해. 퇴근하고 돌아오면 택배가 와있겠지. 일요일 동선이 꼬여 내내 고민이다. 미리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원금 어디다 쓸 지 고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생각한 건 오뚜기밥, 비비고 국탕찌개, 각종 라면, 의류(기본티, 가디건), 침구(세트가 아니라면 스프레드 정도라도) 등등. 구매요건이 까다로워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대강 이 정도면 나름 잘썼다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여전히 40 못 받게된 건 좀 짜증나고 아쉽다. 아, 지난 월요일 동사무소 갔다가 짜증 한 바가지 얻고 나왔다. 어젠 모 음식점에서 (생애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일인데) 음식 먹다가 환불받고 나왔다. 내 인생 나를 너무 미워하네. 출근해야지.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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