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일 없게 살려고 딴에는 꽤 노력하면서 사는 것 같은데 왜인지 자꾸만 사과할 일이 참 많은 인생이다. 어제 잘못 보내진 메일 때문에 사과 메일 다시 썼다. 사과문 쓰는 것도 짜증나는데 영문인 거 더 스트레스야 젠장.
오늘 (어쩌다보니 꽤 오랜만에) 피티했다. 오늘이 19번째였으니 이제 딱 한 번 남았다. 그러고보니 운동기록 안 썼네. 이거 다 쓰면 노션 다녀와야지. 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까먹을 것 같아 노션 먼저 다녀왔다. 운동 이름 찾을 때마다 세상에 이렇게나 수많은 종류의 운동이 있다는 게 감탄스럽다. 인간은 어쩌다 운동만을 위한 운동을 하게 됐을까. 오늘 데드 50 넘겼다. 스트랩 처음 써봤다. 확실히 들어올릴 때 훨씬 부담이 적긴 한데 처음 감을 때가 너무 번거롭더라. 등만 조졌다.
낮에 잠깐 학교 다녀왔다. 어제 뺀 필름도 바로 등기로 부쳤다. 우체국 영수증 큐알코드 찍으니 배송조회 페이지로 바로 연결되네. 역시 좋은 세상. 지금은 동서울우편집중국에 가있다고 한다. 입금은 늦은 밤에 했고, 필름은 내일이면 도착할 테고, 주말 사이에는 받을 수 있으려나. 한강에서 마지막 캇트 돌아가고 필름 빼려는데 갑자기 버튼도 안 눌리고 필름 감는 건 아예 헛돌고 개식겁했다. 밥 먹으러 꽤 오래 걷는 동안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별별 생각을 다했다. 다행히 고깃집 불판 앞에서 성공했다. 너무 불안해서 그 사각사각 필름 도는 소리 제대로 들으려고 앞에선 고기 굽는데 귀에 카메라 갖다대고 조심조심 돌렸다. 생각해보니 좀 웃긴 모양새네.
B는 본인의 나와바리를 몹시 즐거워했다. 나에게 집2 또는 집3 또는 해방촌 같은 느낌 비슷하려나. 한강을 그렇게 걸어놓고 또 밥집까지 40분을 걷게 만든 것은 괘씸하지만. 고깃집이지만 볶음밥이 본체라며 데려갔는데 진짜 본체는 생맥주였고(!) 맥스 생맥 그렇게 향 좋은 거 너무 오랜만이어서 좀 놀랐다. 호프집도 아니고 고깃집 생맥이 이러면 반칙이지. 2차는 좀 움직여서 칵테일바 갔다. 희한한 거 많이 마셨다. 베일리스밀크, 파우스트, 이런 건 무난하고, B-52 폭격기(띠용), 선녀탕, 저승사자, 말고 다른 건 기억이 안 나네… 옥보단 뜻을 보여주느라 검색했던 건 기억나는데 이걸 마셨던가…? 두 시쯤 맥주 9캔 사들고 귀가했다.
아침에는 유학세미나 들었다. // 진료실에서 ‘무난하다’라고 말했다. // 문제 출제해야 한다. 근데 하기 싫다. // 건보에 전화해야 하는데 자꾸 시간을 놓친다. // 에어컨 청소 기사님 통화는 어제 해놓고 문자는 하루 지난 오늘에서야 갑자기 생각나서 보냈다. 뭘 제때 기억하는 게 없네. // 과외돌이가 “다 아는데, 다 알아도 잘 안 돼요.”라고 해서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자잘하게 쌓아가야 해, 라고 일장연설 했는데 사실은 내가 들어야 할 말이지. 순간순간 나에게 화가 난다. // 라멘 같이 먹은 동기 이번에 드프 한다는데 몇 있지도 않은 친한 사람 또 떠나가겠네 싶어 아쉬움 한 스푼, 유학세미나 발표한 동기 하버드 스탠포드 예일 NYU UCLA 워싱턴 기타 등 붙었다고 해서 자괴감 두 스푼. 나 좀 길 잃은 사람 같다. // 약속한 시간에서 34분 지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