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내가 사랑헀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음으므로
내 사람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 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니었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알을
넣어주는 바람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