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을 10.31 18:43 쯤에 썼고. 24:30에 퇴근했다.
그 뒤에 결국 사달이 났다. 아닌가? 그는 아무 일 아니라고 생각하려나? 불렀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근데 또 출장 준비 때문에 아무래도 빨리 답장을 해야하는 이쌤 카톡이 와서 눈으론 그걸 보고 있었는데. “아이씨 그 핸드폰 좀” 하면서 성질을 내더라. 순간 나도 짜증이 솟구쳐서 핸드폰 엎어놓고 “말씀하세요. 듣고 있어요.” 하는데 아, 못참겠다 싶은 생각이 마구 들어서, 결국 얘기를 꺼냈다. 왜 그러시냐고. 계속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고. 뭐가 맘에 안 드시냐고. 그랬더니 다 맘에 안든다는 식으로 말한다. 아니 근데 또 누적은 아니란다. 지난 주에 나보고 일한지 얼마나 됐냐고 물었던 물음은, 표면적으로는 근로계약서를 다시 쓸 때가 되지 않았냐는 거였으나, 오늘 말하기로는 너는 얼마를 일했는데도 아직도 뭘 해야할 지 모르는 거냐 싶어서 물었단다. 아 뭐 맘에 안드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데. 내가 평상시에 있는 위치도 잘못됐고, 핸드폰 하는 것도 잘못됐고, 카운터 뒤에 앉아있는 것도 잘못됐고, 마감도 똑바로 안 하고, 그렇단다. 아니 씨발 그럼 자르던가? 손님이 들어오면서 말이 여러 번 끊겼고, 그는 그렇게 멈춘 것이 상황의 종료라고 여러 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계속해서 다시 가서 이야기를 되짚었고, 그가 “내가 냉정하게 말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라고 하길래 “아니 그건 냉정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해야할 일을 시키시면 되는데 꼭 다른 애들이랑 비교를 하시고…” 하는 따위의 이야기를 했고. 풀리지 않는 감정이 계속 답답하게 남았지만 (그리고 그 정도로 얘기했으면, 아 그런 줄은 몰랐다, 미안하다, 한 마디라도 하는 게 사람 아니니?) 더 하다간 진짜 앞치마 벗고 나오게 될 거 같아서 멈췄다. 여태까지도 여러 번 그랬다. 딱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 “사장님, 저 맘에 안 드시죠?”
대부분 출근해서 손님이 몰려들기 전에 식사를 같이 해왔고, 오늘은 또 내가 오후에서야 급하게 학교에 들어갔다가 일하면서 밥때를 놓쳤고, 그래서 그냥 한 끼도 안 먹고 출근을 했는데. 23시가 될 때까지 저녁을 먹을 수가 없었다. 일어나고 열두 시간쯤 굶고 일을 했구나. 밥을 먹는 동안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른 때에는 평소와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를 했다. 잔소리도 많이 했다. 내가 하는 말을 어떻게 이해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름은 친절하게, 했던 말 또 해가면서, 다시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도 같았다.
나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주3일을 해서는 안 되지만 다른 알바생은 주3일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 혼자 일하는 내가 17-23시 오픈 근무만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혼자 일하는 다른 알바생은 그렇게 일하고 있는 상황이. 24시 직전에 버스가 끊기니 그냥 조금이라도 일찍 끝내달라고 농반진반 이야기를 던졌을 때, 그래서 내가 면접볼 때 이야기하지 않았냐 그건 니가 알아서 할 일이다, 대답한 것이. 설거지를 하러 자주 주방에 있으면 넌 너무 오래 주방에 있는다고 그래서 내가 자꾸 나가라고 하는 거라고, 타박을 한 게 해봐야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또 설거지를 안한다고 타박을 하고. 내가 설거지를 꼼꼼하게 하는 게 대단히 마뜩찮아서 손이 안 빠르다 싶으면, 정성이 들어간다 싶으면 다른 알바생을 운운하며 “걔처럼 하라고 걔처럼”을 반복하는 것도. 손님 둘이 들어와 4인석 앉으려고 하면 나중에 손님 받기 힘들어지니 2인석으로 일단 안내하라고 본인이 몇 번이고 강조를 해놓고, 또 어느 날엔가는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앉아도 돼, 라고 말하는 것이. (오늘 같은 날은 어떤 날인지는 씨발 니 마음 속에만 있는 거잖아) 알바 너는 ‘이 의자’에만 앉을 수 있다고 해놓고 ‘이 의자’에 사람이 앉을 수 없게 만들어놓는 것이. 일하는 동안 늘상 뛰어다니는 게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본인은 손님이 없으면 주방 의자에 앉아 잠까지 자지만, 밖에 있는 나는 사람이 없어도 어디 앉는 것도, 핸드폰 하는 것도 그렇게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 나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자신이 본 적 없다는 이유로 줄곧 하지 않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것이. 그렇게 나를 못미더워 하면서 왜 나를 여전히 쓰고 있는지.
어차피 내가 그만둘 수는 없다. 더 뭘 할 기운도 남아있지 않다. 새로 어디를 적응하는 것도 무리고. 그리고 그는 분명하게, 이 모든 것이 그 몇 분간의 대화로 끝났다고 여길 것이다. 다시 곱씹어 생각할 만한 위인은 아닐 것이다. 감각만 후진 게 아니라 인성까지 후지네. 이렇게 쓰고 그냥 살풀이 했다고 생각하고 다시 닥치고 일하자. 별 방법도 없는 걸.
근데 이 새끼야 근로계약서 세 달마다 새로 쓰는 거 너 그거 편법이고 불법이야. 주휴수당 안 주려고 주3일 근무 못하게 하는 것도 존나 어이없는 짓이야. 그래서 걔한테는 주휴수당 주니? 그리고 빻은 말 좀 그만해라. 우리 아빠가 너보다 열 살은 더 먹었는데 어디가서 그런 소리 안 하고 다닌다. 나이 먹었다고 다 그래도 되는 거 아니고, 다 그러고 다니지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