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뭐라고 썼는지 잘 모르겠다.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겠다고 열두 시 반 조금 넘어 침대에 누웠는데. 일곱 시는 커녕ㅎ 점심 전에 일어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리고는 그냥 꾸역꾸역 썼다. 읽으면서 썼다. 급해지니까 그렇게도 된다. 아무 거나 막 쓰면 써진다. 물론 아무말을 쓴다. 무슨 말을 쓰는 게 아니고 그냥 아무 말. 아무말, 아무말, 아무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처럼 나른하게 읽어 보자. 그러면 아무 말도 2g만큼은 있어 보일…) 혼자 이 책상에 앉아 있으면, 이 책상에 잠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배가 고프다. 빨래를 돌려두었는데, 씻고 학교에 갈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밤에?) 근데 왜 그렇게 많이 잤는데 더 자고 싶고, 더 잘 수 있을 것만 같을까.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멍하게 있고 싶다. 근데 사실 이미 그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발제가 무섭다. 내일 안 오면 좋겠네. 근데 내일이 지나면 좋겠네. 내일이 사라지면 좋겠네. 차라리 그냥 내가 사라지면 좋겠네. 맛있는 거 먹고 싶다. 어제 먹은 양꼬치보다 더 기름진 걸로. 생협 브라우니만큼 꾸덕하고 달달한 걸로. 카페 포엠 다크초코처럼 쌉쌀한 걸로. 세상 모두 녹아 내리는 달콤한 것들로.
문장을 쓰고 있으면 얼마나 솔직해도 될지, 얼마나 멍청해도 괜찮을지, 얼마나 직구여도 되는지 자꾸만 생각한다. 말하는 대로 받아 적으면 문장이, 문단이, 글이 되어 그대로 책도 만들 수 있다는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