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3. 꾸역꾸역

사실 뭐라고 썼는지 잘 모르겠다.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겠다고 열두 시 반 조금 넘어 침대에 누웠는데. 일곱 시는 커녕ㅎ 점심 전에 일어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리고는 그냥 꾸역꾸역 썼다. 읽으면서 썼다. 급해지니까 그렇게도 된다. 아무 거나 막 쓰면 써진다. 물론 아무말을 쓴다. 무슨 말을 쓰는 게 아니고 그냥 아무 말. 아무말, 아무말, 아무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처럼 나른하게 읽어 보자. 그러면 아무 말도 2g만큼은 있어 보일…) 혼자 이 책상에 앉아 있으면, 이 책상에 잠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배가 고프다. 빨래를 돌려두었는데, 씻고 학교에 갈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밤에?) 근데 왜 그렇게 많이 잤는데 더 자고 싶고, 더 잘 수 있을 것만 같을까.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멍하게 있고 싶다. 근데 사실 이미 그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발제가 무섭다. 내일 안 오면 좋겠네. 근데 내일이 지나면 좋겠네. 내일이 사라지면 좋겠네. 차라리 그냥 내가 사라지면 좋겠네. 맛있는 거 먹고 싶다. 어제 먹은 양꼬치보다 더 기름진 걸로. 생협 브라우니만큼 꾸덕하고 달달한 걸로. 카페 포엠 다크초코처럼 쌉쌀한 걸로. 세상 모두 녹아 내리는 달콤한 것들로.

1 thought on “2018. 10. 3. 꾸역꾸역

  1. 천려 says:

    문장을 쓰고 있으면 얼마나 솔직해도 될지, 얼마나 멍청해도 괜찮을지, 얼마나 직구여도 되는지 자꾸만 생각한다. 말하는 대로 받아 적으면 문장이, 문단이, 글이 되어 그대로 책도 만들 수 있다는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응답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