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왜 이러지?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지? 왜 이렇게 생각하지? 왜 이렇게 말하지? 지난 화요일 제출하는 글을 대충대충 휘뚜루마뚜루 쓸 수 있었던 건 고백하건대 누구의 블로그를 봤기 때문이었다. 그걸 읽고 나만 다 안 읽는 건 아니구나, 하고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글을 못 쓴 건 전혀 아니었다. 뭔가를 못 쓰는 건 나뿐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깨달은 건, 나는 내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남들만큼 하고 있는가’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라는 거다.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어서? 아니 그 따위건 이미 애저녁에 때려 치웠는데, 그건 무리다 아무래도 무리야. 그래도 남들만큼 해야해 하는 강박 같은 게 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아니 뭐 내가 옛날에는 그렇게 멍청하진 않았는데, 내가 지금 하는 이거 말고 딴 거는 좀 잘 하는데, 나 그렇게 머저리 아닌데, 하는 마음을 계속 변호하고 지키려 했는지 모른다.
금요일과 화요일 이후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뒤섞였는데. 뭐가 됐든 변하고 있는 건 맞다. 변하고 있는 이유는, 돌아갈 수 없어서이고. 돌아갈 수 없는 까닭은, 그때가 너무 힘들었어서이고. 뭐가 됐든 그때 그게 익숙한 건 맞다. 아닌가, 이제 그것도 아니려나. 항상 ‘귀찮다’라고 말했던 이유는 뭐였는지 모르겠다. 왜 그랬을까.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 그렇게 해야했어서? 그게 정말 편했어서? 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이보다는 더 썅년이어도 괜찮다는 말을 되뇌면서, 나는 끝까지 썅년은 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게 무슨 주문처럼 외울 일이든가. 아니 외운다고 될 일이든가. 어차피 안 될 일인가.
꽤 어릴 적부터 나를 보는 주변의 이미지는, 독설 잘 하고, 직설적이고, 거칠고, 차갑고, 뭐 그런 것들이었는데. 이걸 진짜 나랑 가깝지 않은 사람도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가까운 친구들이 웃으면서 얘기하는 표현일 때가 더 많았다. 근데 왜 지금 와서 막상 생각해보면, 내가 도대체 언제 그들에게 독설과 직구를 던져서 그들을 아프게 했는지 모르겠다. (자기합리화를 위한 기억 왜곡일 수 있다.) 근데 어쨌거나 나는 감정표현을 잘 안 하는 사람이었던 건 맞다. 그럼 대체 어떤 부분에서 그들은 ‘상처’ 같은 걸 받았을까.
나는 누구를 그렇게 죽게 미워해본 적도 없는데. 독을 품고 상처를 주려고 애써본 적도 없는데. 아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너는 무서운 애다, 그래버리면 할 말은 없다. (아니 사실 ‘상처 받았어’라고 말한 사람도 거의 없다. 그냥 너는 차갑고 독설 잘 하고 직설적이고 뭐 그런 얘기들을 했을 뿐이다.) 그래도 난 정말, 뭐 대단히 착하고 선해서가 아니라, 그냥 귀찮고 부딪히기 싫고 복잡한 거 피하고 싶고 애초에 관심조차 잘 없었기 때문에, 누구랑 싸워본 적도 없는 걸? 아 물론 특정 관계 제외. 이 부분에서의 나의 썅년스러움은 내가 모르지 않는다. (아니면 아예 누가 나한테 너는 나에게 이러이러한 상처를 줬어! 너는 이걸로 나랑 싸웠어! 너는 나에게 이렇게 했으니까 썅년이야! 하고 대답해주면 좋겠다) 누가 날 이유 없이 미워하면 이유를 만들어 주라는데.
나는 정말 그런가? 내가 정말 그런가?
아니. 차라리 바꿔서 그들의 그런 말들이 그냥 우스갯소리였다고 하자. 뭐 대단히 내가 나빠서가, 차가워서가, 독선적이어서가, 또는 아픈 말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이미지’로만 소비한 거라면. 상처를 받아야 할 쪽은 따로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