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가 갹갹이보고 대학원 가지 마라고 했다며
=??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갹갹이는 엄마가 대학원 가라는 소리는 한번도 안 하면서, 돈 벌어 오라는 말만 했다고 그러던데?
=그거는… 대학원을 가지 마라는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월세를 너 혼자서 내고 있으니까 걔도 돈 벌어서 좀 도와주면 좋겠다 그런 거였지…
-어쨌든 걘 엄마가 그랬다고 삐졌어.
=???!?!?!! 어머어머어머(…)
-아니 갹갹이가 누굴 닮았겠어 다 엄마 닮았지..
=응 그거는 그렇지~ 그때 그 페이스북 보니까 성격검사 유형이 나랑 똑같…
-걔도 그렇고 우리 가족 다들 마음 여리니까 조심 좀 합시다(껄껄)
전해 들은 걸 대~애충 복기하였다.
2.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패배자. 심한테 대고 오만승질 다 부리는 문빠들 얘기를 하다가 나온 말이, 어쩌다 보니, 아, 이건 다른 게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을 두고 쓸 법한 말이구나, 하는 자기반성(이라기보단 자기혐오에 가깝지만)으로 이어져서, 우울해졌다. 하루 하루 이렇게 우울할 이유가 샘솟으니 내 인생은 참 성찰할 거리도 많다. 이렇게 대충대충 살다가 그저 그렇게 없는 사람처럼, 없어도 되는 사람처럼 죽어버릴까봐 무서워, 라고 생각했는데. 왜 지금은 안 행복하냐는 물음에, ‘나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걸 준비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저 멀리에 있는 걸, 아무 노력 없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그런 패배자 같으니까.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대면서 힘들다는 말만 하고 싶어 하니까.’라고 대답을 해놓고 보니. 그럼 하면 되잖아라고 돌아오는 답에, 네가 그런 노력을 못하게 누가 방해하고 막고 금지하냐는 물음에, ‘내가 나를 방해하나 봐.’라고 대답하면서. 역시 나는 안 될 놈이지, 했다.
3.
그러니까 사실. 누가 막는 것도, 방해하는 것도, 금지하는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핑계가 대고 싶은 걸까. 인강 할부 긁어놓고 그 돈 내느라 힘들어 죽겠다는 건 매달 고지서 볼 때마다 생각하면서도, 그 기간이 다 끝나도록 허송으로 세월을 보내는 것이 나란 인간인 걸. 생색만 내고 싶은 게지, 암.
4.
이제 진짜 잘 모르겠다. 뭘 해야할 지. 내가 하고싶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어느 정도나 진심이었는지, 이제 ‘믿어’지지가 않는다.
천려 글 너무나 반갑반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