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서울에 관해 읽었던 책 중에 가장 피부로 와닿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정치지리학이 이렇게나 재미있는 학문이었나 ―원래는 존재 자체도 몰랐었지만서도― 하는 생각도 들고. 처음엔 누구 읽어주느라 소리내어 읽다가, 사무실에서는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글로만 읽었을 뿐이지만 임 박사 insight를 하나하나 짚어보는 과정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책이다. 다만 대담을 나누는 김종배 시사평론가의 질문이 가끔 거슬릴 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쪽 나름의 일관된 편향성이 언뜻 보이는 게 영 좋지만은 않았어서. 한편으로는 그런 부분에서 임 박사가 답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참 탁월하다. 역시 이왕 깔 때는 모두까기가 제 맛.
표지에 적힌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이라는 한 줄 문구가 꽤나 적절하다. 동사무소와 주민자치. 행정구역 대개편. (노 말고 박의) 수도 이전 계획. 체비지와 그린벨트와 경부고도와 도시화의 상관관계. 아파트와 재벌 건설사, 분양과 전세제도. 다세대/다가구 주택과 노동시장 구조. 대도시 통치술(!). IMF와 해외 자본. 이중도시. 세계 최초의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 신자유주의 도심 개발. ‘마을 만들기’와 박원순. 이만하면 한양 다음 서울 정도는 한번에 읽힌다.
여담이지만, 체비지-그린벨트-(경부고도)-도시 성장-지자체 수익화-등등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보면서 도대체 이렇게나 머리쓰던 똑쟁이들은 다 어디로 나자빠지고 관료집단이 이렇게 멍청돋는 조직이 됐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논 21세기 한복판에 그때 같은 힘짱쎈 정부조직이 나타나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지금 관가를 쳐다보면 대체가 이 인간들이 그 어렵다는 행정고시 통과하고 저 자리에 들어앉은 사람들이 맞나 하는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으므로(…)
사담으로는 광화문 일대, 넓게 보아 4대문 안이 불변의 압도적 헤게모니를 가진다는 데에 격하게 공감한다. 강남이네 여의도네 백날 천날 노래를 불러봐야 하등 짝에도 못 갖다 붙이고 결국 모든 건 다 저 산 밑 파란 지붕에서 나온다는 게 옳다. 꿀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