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한 줄의 마지막 답변을 보낼 여유가 없어진 채로 너무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더 감사의 인사를 해야지, 한번 더 평안을 비는 마음을 나눠야지,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닫아버리고 닫아버리고, 그러다 까먹고 때를 놓치고, 아차 여기도 답을 못했었네, 그렇게 산지가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나 스스로 반성 대신 합리화를 한다. 뭐 꼭 내 답장이 필요하겠어? 안 한다고 뭐 문제 생길 거 없지 않겠어? 그렇게 얕아진 마음이 이제는 혼자서 좀 부끄럽기까지 하다.
그 한 줄의 답장을 보낼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까지 쉴 수 있다면 좋겠다. “쉬어야겠다”라고 쓰려고 제목을 다짐이라고 쓰고 시작했는데, 한 문단을 쓰는 그 짧은 새에 나는 또 한발 후퇴했다. 이런 비겁자 같으니라고.
지난 달 낸 저널 2차 수정본을 방금 막 보냈다. 5시간 전쯤에는 어느 웹진에 올라갈 원고도 한 편 보냈다. 그 사이 수업은 약간 줄기도 늘기도 했고, 감기에 호되게 걸려서 아직도 다 낫지 않았다. 항생제 든 처방약을 끝까지 다 먹기도 전에 일상에 내몰려(아니 사실 음주에 나를 내몰아) 술을 입에 댔고 그러느라 약을 덜 끝냈고, 그런데 낫는 줄 알았던 감기가 도로 심해졌고, 그런데도 오늘 또 약 대신 맥주를 마셨지. 하도 자주, 또 걸리면 오래 안 좋으니 반쯤은 포기한다는 심정도 생긴 것 같다.
아주 잠깐 허황된 꿈을 꾸느라 머리도 맘도 덜 우울하게 복잡했는데 그저 허황된 것들이어서 이제는 잠잠해졌다. 역시 내 곁을 지키는 건 꾸준한 우울들 뿐. 많이 사둔 책들을 좀 여유있게 읽고 싶다. 그치만 곧 공동연구도, 6월호 발행도, 조만간은 하반기 포럼 준비도 돌입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휘말리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마냥 안고 누워만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