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0. 지친 고양이는 말했습니다.

멍 때릴 시간 필요하다. 가만히 있을 시간 필요하다. 같이 있을 시간 필요하다. 생각할 시간 필요하다. 쓸 시간 필요하다. 필요한 것들은 많은데 시간은 한없이 부족하게만 보인다.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네게 당연한 걸 내가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만큼 내게 당연한 것도 네게는 당연하지 않지. 이런 생각들엔 의미도 쓸모도 없다.

X로부터 따뜻한 글이 담긴 제본을 받았다. 고맙다.

다들 어떻게들 살고 있는 걸까. 이대로는 열에 다섯만큼도 만족할 수 없을 게 뻔해서 화가 난다. 천천히 가자고 마음을 고쳐먹으면 힘이 더 날 수 있을까. 두렵고 외롭다.

차라리 언젠가처럼 며칠이고 앓아누워 꼼짝도 못하게 아팠으면 싶다. 아니 솔직히 거짓말이다. 안 아픈데 누워만 있고 꼼짝 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꾸 채워지지 않을 것들만 셈한다. 가슴 너무 답답하고 먹먹하다. 왜 항상 이런 순간들에만 창고로 돌아올까. 어째서 기록으로 남는 것들은 하나같이 무겁기만 할까.

내일이면 올해 입시 끝이다. 시원하지도 섭섭하지도 않아.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