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딘가 은근히 정신없이 지낸다. 금요일 퇴근하고 집에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다 읽었다. 제일 얇아서 먼저 시작한 건데, 후루룩후루룩 읽혔다. 이걸 왜 그동안 제대로 안 읽었을까. 읽을 기회나 핑계는 꽤 많았던 것도 같은데. 책 다 읽고 야식으로 컵라면 먹고, 라면 다 먹은 뒤에 맥주도 마셨다. 생각해보니 벌써 냉장고에 맥주 리필할 때가 됐다.
토요일 모 시간제 공간대여 카페(?)를 갔는데, 내부의 공간이나 분위기도 그렇고, 과하게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가입절차도 그렇고, 문자 수신 동의 강제해놓고 이후 변경할 수 있다더니 변경할 방법이 없게 만든 데다가, 샵인샵 형태로 운영한다는 모 프로그램(이게 제일 이상해)까지 아주 총체적으로 이상하고 의심스럽고 못미더웠다. 첫 인상이 잘못된 까닭이었을까. 혼자 궁금해서 어쩌다 들어가본 곳이라면 이런 정도는 아니었을까.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매우 희한한 곳이었음은 틀림없다. 다행히(?) 돈 들이진 않았고, 돈 들이지 않을 것이다. 1시간권 다 쓰고 바로 나와 다른 북카페로 옮겨서 따뜻한 우전 마시면서 글 좀 읽고, 일 좀 하고, 브금 좀 따라 흥얼거렸다. 그전까지 앉아 있어본 적은 한 번뿐인데, 가만 앉아 있노라면 따뜻한 공간이다. 근방에서 찾기 힘든 아늑함이 있는 곳.
어젠 9타임 강의했다. 밥 시간 쉬는 시간 조금조금씩 빼면 순 강의는 7시간? 정규수업 8타임에 보강 1타임. 집에 와 바로 뻗었다. 여섯 시간 넘어가는 강의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금방 지쳤다. 막타임 보강한 꼬맹이가 그럭저럭 가르치는 재미도 있고 원체 귀여운 구석도 있는 녀석이라 다행이었다. 성적 안 나와 보강하는 상황이었으면 퇴근 길에 욕 했을 듯(…) 새벽 다시 깨서 누워 놀다가 느지막이 잠들고, 알람보다는 일찍 깨서 피자 시켜 먹었다. 방문한 걸로 치자면 거의 오픈시간 땡 칠 때 문 박차고 들어간 수준. 오후에 출근했고, 저녁 잠시 나가서 생대구지리 먹고 돌아왔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싶은 심정으로 하루하루 흘려보낸다. 진득하니 앉아있고 싶은 마음도 들 때가 없지 않으나 대체로 그러기 힘든 핑계를 잘 찾아내고 금방 만들어낸다. 대신 나가 놀 궁리 열심히 한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과 퓰리처상 사진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