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눈물이 잘 난다. 펑펑 우는 일은 없는데 자꾸 잘 운다. 뭘 보다가 자주 울컥한다. 울음뿐 아니라 감정 자체가 많다. 나쁜지 좋은지 모르겠다. 또 감정뿐 아니라 감각도 예민하다. 그리고, 그래서 공허에도 허무에도 민감한지도 모르겠다.
논문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한다. 더 빨리 읽고 치워버리고 싶은데 그러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 같고, 더 천천히 읽어 곱씹고 싶은데 그러면 시간이 가만두지 않을 것 같고. 지금 읽는 모 박사논문은 오타가 아주 많다. 게다가 그냥 pdf도 아니고 그 빌어먹을 ezpdf라서 복사도, 하이라이트도, 주석(메모)도 아무 것도 안 된다. DRM 걸려있어서 온전한 파일 저장도 안 된다. 하드카피 인쇄하기엔, 441페이지는 여러 모로 환경에 나쁘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일반 pdf로 바꾸는 방법을 알아내긴 했는데, 이미지로 전환되는 거라 저장이 된다는 거 말곤 딱히 더 나을 것이 없다. 분명히 재미있는 글이고,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과제 내라고 하니 참 읽기가 싫다. 세미나 리딩이 제일 재밌는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직 안 끝난 오늘 토요일, 규장각한국학심포지엄에서 이수역 사건 영상을 둘러싼 온라인 미소지니 어쩌고 하는 발표를 들었다. 한국학 심포지엄이라 비한국인이 대부분이었는데, 6.9에서 모두 웃어서 나는 그게 또 웃겼다. 낄낄. 남성에 대한 피해자화, 성자화(…ㅎ) 하는 대목도 웃겼다. 세상은 요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