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자시개시러공부하기시러시러시
말활에는 귀여운 고얭이들이 많다. 문이 열려있으면 제멋대로 강의실을 들락거린다. 유유자적 강의실을 활보하는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 부러운 팔자가 따로 없다. 서당개가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말활묘 삼년이면 데리다 아도르노쯤은 거뜬히 읊게 되려나. 요즘 JJ가 자꾸 옆에서 “서당개 삼월이면 풍년을 읊는다”는 소리를 해대서 그런가 방금 똑같이 삼월, 풍년이라고 썼다가 두 번째 문장을 쓰다가 깨달았다. 습관이 이래서 무서운 법이다.
이 개는 원래 그냥 어디서 주웠다. 페이스북에서 주웠던 것 같은데. 출근하기 싫어하는, 월요일을 회피하는 뭐 그런 류의. 마지막짤이 너무 귀여워서 내가 확대하고 크롭해서 멘트까지 붙였다. 한동안 내 프사. 요즘 내 심상이 이래. 왜뭐왜! 왜뭐왜!! 왜뭐왜!!!!
아연 테라스(?), 베란다(?), 비상완강기스팟(?)에서 보는 하늘. 비가 안 오는 날이면, 가끔은 비가 오던 날에도 하늘이 막 사무치게 예쁜 날이 많았는데 요즘. 새삼 새기지도 못하고 지나가버린 날이 많다.
공부하기 싫어서 각종 딴짓을 했다. 일어나서는 세탁기를 돌리고, 방바닥을 쓸고, 걸레질(이라고 쓰고 물티슈질이라고 읽는다)을 하고, 빨래를 널고, 말라버린 생생우동 때문에 농심에 전화를 걸고, 마지막 남은 김치사발면을 먹고, 택배를 받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하고, (아마도) 책을 좀 읽다가, 뭘 하다가 시간이 다 갔는지 모르겠고, 밤이 늦어서 동네로 나가 새우튀김우동에 김밥을 먹고, 후식으로 초콜릿칩스누텔라바닐라크림와플을 먹고, 집에 돌아와서 또모 보면서 한컴타자연습을 하고(심지어 따로 다운도 받았다), 그러다가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1번이랑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퀸텟 작품번호 57번 찾아듣고, 그러다가 조성진을 한참 보다가, 이제 훌륭한 tvN이 만든 [#당신을위한키스신] 재생목록을 틀어놓고, O군이 남긴 유물 발렌타인에 남은 토닉워터를 타서 홀짝거리면서, 이걸 쓴다. 그리고 두 번째 잔을 가져온다. tvN 참 드라마 맛집이야. 보고싶은 드라마 산더민데 언제쯤 내 인생에서 드라마 막 편하게 볼 수 있을까. (근데 솔직히 지금도 졸라 많이 보는 거 나도 안다 깔깔) 잃어버린 다이어리 다시 찾는 사이에 생각했던 건데, 나는 다이어리 정리라도 안 하면 지나간 과거를 기억할 재간이 도무지 없다. 지난 7개월이 정말 온전히 날라갔었다. 내일 저녁에 맥주집 알바 면접보러 가기로 했다. 거절이나 안 당했으면 좋겠다. 요즘 어디 날 붙여주는 데가 없네.
이런 클립 영상들 보다보면 느끼는 건데 나는 대부분의 드라마를 참 대충본다. 하물며 키스신이네 뭐네 해서 따로 클립으로 뽑아놓은 부분까지 처음보는 거 같으면 어쩌란 말이지 싶게 드라마를 대충 본다. 지금도 영상 틀어놓고 술 마시면서 이런 거 쓰고있다. 바야흐로 문자 아닌 영상의 시대에, 책 아닌 매체의 시대에, 주는 건 집중력이요 느는 건 산만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