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조금씩 마음을 또 다시 비워나가고 있다. 화요일에는 예당에 가서 엄마랑 만나 공연을 볼 거다. 목요일에는 아늑한 이화동산에 가서 영화를 볼 테다. 어쩌면 금요일에도, 그리고 토요일에도 갈 지 모른다. 지난 주 목요일의 고비를 넘어가면서 그럭저럭 잔잔해졌다. 어차피 그렇게 성실하지도 않았다. 저녁을 먹으면서 에델바이스 캔을 깠고, 그랬더니 졸려서 잠깐 졸듯이 밤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 웹툰을 보다가 동생이 데워준 족발을 몇 점 주워 먹으면서 블랑을 깠다.
이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과제를 하다말고 블로그를 켰다. 나는 웹툰 좋아한다. 레진도 가끔 충전하고(물론 레진 개갞끼인 거 알면서도 결제하는 호구라서 슬프지만), 저스툰도 가끔 충전하고, 네이버에서 쿠키도 주기적으로 굽는다. 웹소설도 여기저기서 많이 봤었다. 네이버, 카카오, 조아라, 리디, 저스툰 기타 등등.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웹툰 말고 진짜 돈을 내야만 볼 수 있는, 소비자의 구매욕이 퀄리티에 직결되는 유료 콘텐츠 시장 웹툰에서 단연코 큰 비중은 성인물일 거다. 헤테로 성인물이든, 백합이든, 비엘이든 뭐 다 통틀어서.
근데 유독 그림이 예쁜(=인체를 왜곡하지 않고 진짜 ‘아름다운’ 인체의 비율, 동작, 선, 결 따위를 구현해주는) 건 어째서인지 죄다 비엘에 몰려 있는 듯 하다. 노골적인 포르노그라피(도 너무 과한 표현이다. 까놓고 그냥 일본 야망가 스타일이지) 모양새를 하고 있는 성인물은(=남성 독자를 타겟으로 한 것이 분명한) 하나같이 인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그려져있어서, 꼴 보기가 싫다. (그만한 가슴을 달고 다니면 인생이 얼마나 괴로울 지 상상은 되냐?)
내용은 차치하고 사람을 사람같이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이 사람을 좀 그렸으면 좋겠다. 캐릭터화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전문가한테만 만화 그리라는 얘기도 아니다. 네이버 기준으로 말해보면 아예 복학왕이나 연애혁명처럼 그리면 차라리 낫다. 근데 치인트나 간 떨어지는 동거 같은 작품은 작가가 인체 공부 안 한 거 너무 티난다. 내용은 유치해도 프리드로우나 여신강림이 보기엔 더 편하다. 여튼 쓰면서도 ㅈㄴ 개소리 같긴 하지만 어쨌든 왜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긴다. 왜 BL은 아름다운 몸을 더 잘 표현할까. 아니지, 왜 헤테로 성인물은 몸을 더 많이 왜곡할까?
야망가st로 그림 그리는 여성 작가 있는지 궁금하다. 비엘시장이 인체미에 더 탁월한 건 여성 작가가 많아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반박은 안 받아.
쓰레기 같이 글 쓰는데 논문 퍼블리시 되는 거 정말 끔찍하다. 몇 주째 세미나에서 읽는 리딩이 문장이고 문단이고 전부 다 엉망진창이다. 이런 쓰레기도 퍼블리시가 된다는 건 솔직히 존나 쪽팔려야 한다. 이걸 읽고 요약 따위를 해야 하는 내 시간과 품이 너무나도 아까워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