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시간 전에 집으로 꾸역꾸역 오던 길에만 해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기로라도 그냥 가야지, 가서 또 멍청한 쓰레기 취급 받아도 앉아라도 있어야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도저히 못해먹겠다. 요약을 열 세 페이지 했다. 어제 스터디는 네 시간을 넘겼다. 그런데 사실 내가 뭘 이해했건, 아니건, 솔직히 그게 별로 중요하진 않다. 지금 이건 그저, 내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심정일 뿐이다. 메일을 쓸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메일을 쓰고 쓰레기가 될지, 메일을 안 쓰고 쓰레기가 될지를 고르고 있는 꼴이라니. 끔찍해. 다 놔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