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6. 공기에서 돌 냄새가 난다

자괴감이 끝 모르고 뻗어 101동에서 밤을 지새웠다. 새벽이 되기 조금 전쯤 30분인가, 엎어져 졸았다. 일어나 아침이 되도록 내리 앉아만 있었다. 커피도 안 마셨다. 아홉 시면 움직여볼까 했는데 어딘가 영 찜찜했다. 결국 상담을 미뤘고, 11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중간에 불청객이 들이닥쳤었다. 다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 어딘가 굉장히 거슬렸다. 마치 쓰면 안 되는 공간을 쓰고 있기라도 한 마냥. 생각할수록 거지 같네. 그 뒤엔 또 대뜸 열고 휙 보고 가버린 사람도 있었다. 문을 잠가두어야 하나, 앉아서 계속 머리를 굴렸다. 결론은 그냥 그 답을 내기 전에 자리를 떴다.

복사실에 갔더니 정확하게 1분도 안 빠지게 쉬는 시간에 걸려서 밥이나 먹어야지 했다. 다 먹고 나와서도 오후장사는 한참 전이라 그냥 얇은 에이포 한 묶음을 사들고 버스를 탔다. 16을 탔다가, 15로 갈아타서, 도착. 마침 돌덩이들이 와있었고, 돌에 물을 줬다. 그랬더니 온 방 안 공기에서 돌 내음이 가득하다. 목만 덜 아팠더라면 더 좋았을 걸, 사실은 너무 방심한 탓이다.

가끔 뽀글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환청은 아니겠지. 어째선지 이번 학기말이 지난 번보다 훨씬 더 막막하고 힘들다. 쓰고 싶은 건 대충 써야할 것 같고, 쓰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건 열과 성을 다해서 써야할 것 같다. 죽도 밥도 안 되기 딱 좋은 조합이렷다.

알라딘에서 (전공)책을 잔뜩 샀다. 실내화와, 스테인리스머그와, 스티키노트, 분권제본용 분철 태그(?) 같은 것도 같이 샀다. 이번엔 머그가 기대 이하다. 색깔을 너무 안 예쁘게 뽑았다. 싼티가 주루룩 흘러 넘친다. 김동률 노래 들었다 아까. 콘서트가 가고 싶었다. 소리 그 자체로 풍성함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눌러담은 진심이 가득한 공연을 보고 싶었다.

자야해, 이제. 자자,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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