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5. 복잡해

마음이 복잡해. 어젠 집에 오는 것도 복잡했다. 항상 해야지 해야지 정말 안 하면 안 돼 하면서 노트북을 들고 다니고, 리딩을 짊어지고 다니고, 그렇게 어깨만 무겁다. 괴나리봇짐 멘 보따리 장수 같이 방황한다. 허튼 일에 쉽게 짜증내고, 자주 초조해한다. 치킨 배달부 사건(?)은 충격이었다.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 돌아봐야 하는 걸까, 하는 질문이 생길 만큼 당황스러웠다. 나에게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C와 양꼬치를 포장하러 가는 길에 있었던 일도, 조수석에 앉아 꾸물거리는 행인한테 욕을 지껄인 것도, 정말 내가 생각해온 ‘기준’에 어울리는 것들이었던가.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더 중하지, 하는 원칙 같은 건, 사실 내가 나를 자기합리화하는, 엿가락 같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그런 거였던 건 아닐까.

글을 쓰기는 커녕, 계속 읽고만 있다. 내일 아침은 없다. 오늘 자기 전엔 무조건 써야 할텐데. 무슨 생각으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당황스러웠다. 경멸적인 표정으로 내 앞에 놓인 트레이를 더럽다는 듯이 손가락 끝으로 밀쳐내고, 뭐 이런 년을 다 봤나 하는 표정으로 내 파일을 툭툭 건드리며 이것 좀 치우세요, 하는 그년(아직 화가 다 풀리지 않았으니까 그녀라고 해줄 마음이 안 생긴다)을 보면서. 물론 나는 당연히 그 ‘툭툭’이 있기 전부터 그년을 온맘으로 경계하고 있었지만. 근데 저게 그냥 다른 ‘나’일까봐. 솔직히.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의 눈에라고 내가 그렇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하물며 너도 날 그렇게 보는데. 억울해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억울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처받지 않았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연구소 모 박사가 자꾸 내 이름을 바꿔서 부른다. 단순히 발음을 잘못 부르고 이런 수준이 아니고, 친근해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반복해서 어딘가에 ‘적는’ 이름을 틀리게 쓴다. 단체채팅방에. 회의록에. 생각이라는 건 하고 있는 걸까. 상대의 이름을 멋대로 부르는 게 얼마나 결례인 건지 생각이라는 걸 하긴 하는 걸까. 첫 실수엔 웃고 넘어갔지만, 심지어 내 얼굴을 보고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던 사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근데 이건 사실 ‘다시 할만한 실수’는 아니지 않나.  짜증이 가득하다. 인생 뭘까.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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