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22. 교회

언제부터 교회가, 그리고 목사가 절대 거역해서도 안 되고 도전해서도 안 되는 불가침의 영역 같은 게 되었는가. 개교회 당회장이 다 윗동네 수령님, 장군님 쯤은 되는 줄 여기는 자발적 노예들이 왜 이리 많아졌는가 말이다. 별 거 없다. 사람 모인 공동체이니 규칙이 필요하고, 다수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합리가 필요하다. 성경책 펼쳐놓고 구절 하나하나 깨부숴서 합리/비합리를 구분 지으라는 말이 아니다. 이건 공동체와 그 공동체가 갖는 가치, 지향, 공감대에 관한 이야기다.

성경책 한 권 펼쳐놓고 목사라는 명패 달고 연단에 올라가 소리 높여 떠든다고 그걸 교회랍시고 믿고 넙죽 따른다는 것은, 향교 있고 서원 있어 온 동리 사람들이 다 지배받던 조선 시대에나 먹힐 말이 아닌가. 왜 질문할 수 없으며, 왜 토론할 수 없으며, 왜 닥치고 순종만 해야 하는가. 인간이, 신의 권위를 빙자한 다른 인간 밑에 종노릇 하며 살던 시대를 깨부수고 새 세상을 만들자 외친 지가 벌써 언제였는가. 왜 그 병신 짓을 이 시대에까지 멈추지 못하고 있는가.

이해가 안 되면 물어봐야지. 납득이 안 되면 따져야지. 순종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권위에는 저항해야지. 천년 만년 앉아서 저들 하는 대로 내버려 둡시다, 때가 되면 하나님이 다 이해해 주실 겁니다, 하고 나자빠져 있으면 대체 뭐가 나아진단 말입니까. 본인도 결국 똑같은 조직에서 안주하고 마는 일개 구성원 취급이나 받으며 안일해지고, 질문하는 방법도 잊어버리고, 부조리를 분별할 능력도 잃은 채로 그렇게 그렇게 무채색이 되는 게 전부 아닙니까. 그 잘난 목사의 권위 따위로 교회가 이 땅에 서는 것이 아닐진대.

당회가 무슨 조선공산당인민위원회 회의장인가. 한 국가 양대 정당의 당헌당규도 투표 한 번이면 바뀌는 이 마당에, 하물며 교회 정관이 영영토록 금테 둘러 씌어있기를 바라는 건가. 그게 무슨 하나님이 돌판에 새겨주신 십계명이라도 된다고 믿는 건가. 구성원이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결정이 공동체에 왜 존재하나. 그렇게 덮어놓고 믿습니다 외치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 입고 나가 떨어졌는지 한번 쯤은 고민을 해야될 때 아니냐 말이다.

백정 나부랭이도 아닌데 직역 세습이 일상이고, 민주국가 국민이 세금은 낼 수 없다 뻗대기나 해서 욕을 산처럼 잡수시고, 신도를 향한 성폭력 범죄자를 여전히 목사랍시고 섬기고 있고, 소수자를 배려하지는 못할 망정 차별에 폭언에 생존 위협을 일삼고, 타 종교에 대한 적대화 전략으로 사회 교란이나 일삼는 이 판국에 교회에 대체 무슨 내일이 있답니까. 자정할 능력조차 없이 고여있는 썩은 물이 종국에 어떻게 될 것인지는 구태여 논할 의미 조차도 없을 뿐이지.

사족 한 줄 쓰자면, 왜 내 인생엔 이렇게 화낼 일만 가득한지 모르겠다. 일말의 애정이라도 남지 않았어야 이 분노가 그치려나.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