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바로 직전 읽었던 서해전쟁의 여파가 워낙 컸는지, 혹은 두 책 사이의 주제는 하늘과 땅 차이여도 서술의 흐름이란 게 고만고만할 터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조금 번잡스러운 감이 없지 않았다. 종잇장을 하나씩 넘겨가며 읽은 게 아니라 출퇴근길 콩알만한 폰 화면이나 혹은 모니터에서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글씨로 몇 번을 끊어가며 읽어서 더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근데 또 서해전쟁도 그렇게 읽기는 했다.) 가끔 당신은 알 법 하나 (특히 나처럼 어린) 대부분의 무식한 독자들은 모를 법한 고릿짝 얘기를 대충 퉁-쳐가며 넘어가버린다던지 그런 약간의 무심함도 거슬렸다. 헌법 조문 얘기하는 데 정작 해당 조문의 내용이 안 나와있기도 하고. 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쟁이의 글맛은 이 쪽이 훨씬 더 살아있는 편이다. 더구나 제헌의 주역들을 비롯해 이후로도 어지간한 거물급 인사들을 이만치 가까이서 만나고 본대로 풀어내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나. 34년 출생, 고려대 법대 졸, 59년 경향 수습기자로 시작, 동아 및 경향 재직, 75년 동아 언론자유 파동으로 해직. 81년 정계 입문, 11대·15대 국회의원, 2001년 aT 사장. 헌법에 대한 이해,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모두 다른 30년대의 인물들―특히 요즘에 와서는 진실로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꼴을 보이고 있는―보다는 훨씬,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돈 안 주고 빌려 읽어 이만큼 배운 게 있으니 됐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