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이범준. 궁리.

꿀잼. 읽은 지는 두어 주 지났다.

이거 읽고 사무실에서 할 일 없이 시간 때울 때 헌법재판소 홈페이지를 뒤져 판례집 찾아 읽고 그랬다. 인상에 남았던 몇 가지는 추후에 다시 적도록 하고. 사길 잘했다. 두고두고 봐도 두고두고 웃길 듯. (웃기라고 쓴 책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장면들마다 착착 머릿 속에 그려지면서 재미있다.) 눈에 띄었던 몇 가지 판례문은 스크랩-북에 모다놓았다.

특히 변정수 재판관과 권성 재판관이 눈에 띄는 편이었는데. 솔직히 쓰자면 변정수 이 양반이 실제로야 어땠는지, 이제야 한 권 책에서 얼핏 일부의 모습만을 봤을 뿐인 내가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저만한 배포와 기치도 없는 주제에 지금 사법부 수장이다 총리다 뭐다 거들먹거리며 나라 말아먹는 놈들을 보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인물이 아니었을까. 권성 재판관 경우는 항장불살 판결문에 (감동까진 아니어도) 짧은 감탄사 하나 정도를 내뱉고 돌아보니 양심적 병역 거부 판결 당시에도 한 자락 썰을 푸셨더라. 나름 꼼꼼하게 읽어봤는데, 이만하면 선비다 선비. 그러고는 돌아보니 노무현 탄핵 당시 대리인 중 하나였더라. 이건 어떠한 긍정 혹은 부정의 표현도 아니다. 그랬군, 그랬어.

여하간 헌재가 저렇게 늦게서야 제 존재의 근거를 찾았던 것도 지금까지는 몰랐던 일이고, 3부 요인이니 4부 요인이니 하는 분란이 왜 생겼는지도 처음 알게 됐다. 대법원과 헌재가 저런 사이인 것도 사실 이제야 알았고(사이가 안 좋긴 해도 저렇게 원수 척 졌는지 몰랐지), 헌재가 이 격동하는 현대사에서 또 얼마나 버라이어티한 질곡을 겪어왔는 지도 새삼 다시 깨달았다.

작가님 시간 되시면 업데이트 좀 해주시면 좋겠다. 어차피 시리즈로 쓰시겠다 했으니 뭐라도 더 나오긴 나오겠지. 이 책이 세상 빛을 본 지도 벌써 햇수로만 6년 차여서 그 사이 얼마나 웃기지도 않은 여러 일들이 있었던가. 지금도 두고두고 생각나는 이동흡이며, 어마무시했던 통진당 해산 사건도 있고, 총선 선거구라든가, 국가모독죄 위헌이라든가, 긴급조치 위헌이라든가, 역대 최고의 핫이슈 교과서 국정화라든가 기타 등등… 하이고 이 나라 참 바람 잘 날 없다. 어쨌든 그렇다. 재미있었다.

2 thoughts on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이범준. 궁리.

  1. 이범준 says: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은 이후에도 한두 권 썼는데, 괜찮으시면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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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unryu says:

      안녕하세요! 정말 오래 전의 글인데, 저자께서 찾아오실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보내주신다면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보고 싶습니다. 댓글 남기실 때 사용하신 메일로 제가 연락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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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