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7. 흐물흐물, 토닥토닥

나의 흐물흐물과 너의 토닥토닥에 비해, 너와 나의 사랑한다는 참 따뜻하다. 곱씹어 읽을수록 더욱 좋은 문장이다.

B는 내가 입모양을 w로 하고 웃을 때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 w를 싫어한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제일 처음 인지했던 건 중학교 때 누가 나보고 도널드덕처럼 웃는다고 했던가, 말한다고 했던가. 그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대충 그런 의미였겠다 싶었다. 나이 먹고 제대로 인지하게 된 건 14년이었던가? 연도는 이제 잘 기억도 안 나는데, 방송실습 수업 때였다. 스튜디오 안 데스크에 앉아 뉴스원고를 읽는 장면을 각자 전부 촬영하고 다 같이 보면서 리뷰를 받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발음할 때의 입모양을 두고 지적을 받았다. 화면에서 본 말하는 나는 너무 못났다. 아나운서 같은 건 생각조차 해본 적 없지만 그거 하나는 돈을 주고라도 교정받고 싶다고도 생각해봤다. 그때부터 나는 사진에서든 영상에서든 말하는 도중의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은 정말 좀 싫어하기도.

강의 영상을 두 개로 나눠 찍었다. 하나는 31분 45초, 또 하나는 16분 24초. 원테이크는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대충 찍다가 삐끗하면 끊었다 다시 찍고, 또 하다가 망하면 새로 찍고, 그렇게 앞에는 6개 파일 뒤에는 3개 파일을 잘라붙여 만들었다. 이어 붙이느라 듣고 또 듣고 다 붙인 다음에도 또 듣고 또 듣고 내가 내 강의를 하염없이 돌려 듣고 있자니 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근데 자꾸 듣는데 거슬린다. 내가 또 w로 말하고 있는 게 느껴져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오늘의 나는 내가 많이 싫다. 고루고루 싫을 이유가 참 많네.

아까는 서피스펜 배송 문제로 쿠팡이랑 싸울 뻔했다. 서피스펜 받고 나서는 페어링은 바로 되는데 입력이 안 돼서 식겁하고 이것저것 업데이트에 화면녹화 방법 찾느라 시간도 많이 버렸다. 여유롭고 싶다. 기생충 대사 중에 그런 게 있다던데. 돈이 다리미라고, 주름살을 쫙 펴준다고. 주름인지 구김인지 어느 쪽으로든 다 맞는 말이긴 하다. 돈 많으면 주름살도 구김살도 없을 수 있겠지.

좀이따 점심에 회의가 있어서 자야하는데 지금 새벽 다섯시 삼십구분이다. 오늘 같은 날 이 시국에 대체 왜 회의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또 무슨 쓸데없는 얘기 하면서 시간 죽이려고. 다음 주 수업준비 하나도 안 돼있다. 영상 또 찍어야 할지도 모르고 그러면 일이 또 두세배로 늘겠지. 누운 사이에 점점 심해지는 게 눈에 다시 염증이 도질 기세다. 정말 지랄같은 하루네.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