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2. 해 바뀌고 처음이네

어쩌다 보니 해가 바뀌고 처음이네.

작년 12월 10일에 쓴 게 마지막 글이니, 저간의 일들을 짧게 추리자. 8일쯤 JH 만나 치킨 먹었다. 9일 낮 V가 놀러왔다. 밤에는 응암동에 갔다. 이자카야에 가서 아마도 나짬에다 화요토닉. 10일 낮에 돌아와서 스벅에서 과제 제출. 귀가해 밤샘 녹취알바. 11일 1000-1130 잠. 1400까지 다시 녹취. 1400-1530 잠. 출근. 퇴근. 또 녹취. 12일 05시 녹취 끝. 회의는 못갔고, 학관 다녀와 또 출근. 퇴근해 밤샘. 13일 08시 넘어 잠들어 1040 눈 뜸. 오후 학술대회. JHN. 14일 홍대 가기 전 잠깐 할리스에서 H. 홍대에서 5인협의체 송년회. 15일 새벽 OHJ. 저녁 다시 H. 16일 HDG & Jay. 17일 병원 갔다 문래 스벅. 정형을 만나 곱창에 가볍게 맥주 한 잔. 아니 근데 쓰다보니 못해먹겠네. 일별하니 하나도 짧지 않다. 굵직한 것만 가보자.

새로운 뷰티샵 하나를 개척했다. 왁싱트립. 요사이 두 번을 갔고, 회원권도 끊었다. 희한한 티켓을 회원권 끊으면 주는 상품? 서비스?라고 줬다. 실력이 진짜 좋아 감탄스럽다. 갈 때마다 편안하게 받고 온다.

신사역 근처의 학원 국어강사 자리에 면접을 보고, 일을 하게 되었다. 학원에서 고3 과외 하나를 연결해주어 과외도 학원에서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새로운 인연 둘, SH과 H. 그밖에 많은 새로운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말그대로 ‘스쳐서’. 스쳐간 것들에는 큰 의미 둘 일이 아니지만, 둘은 꽤나 무게가 생겼다. 우스운 생각들이 많이 든다.

11월 25일부터 1월 4일까지 총 41일 중에 20일을 술 마셨다. 3(+1)단계로 나누었다. 1단계: 가볍게 마셨다 9일; 2단계: 기분 좋게 취했다 3일; 3단계: 갱장히 취했다 8일. 그리고 갱장히 취한 중에 기억까지 끊겼다 3일. 이걸 엑셀에다 곱디 곱게 달력 만들어서 정리했다. (이해하겠지만, 일/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다.)

어처구니 없게, 얼토당토 않은 일로 알바를 짤렸다. 다행히 학원 근무가 시작된 뒤여서 다른 알바를 구하느라 급히 애쓰지 않아도 됐다. 오히려 그만두게 된 뒤로 일복이 터졌다. 근래엔 더 잘 풀리고 있다.

아트 모모에서 <피아니스트의 전설>을 보았다.

2주간 잠깐 특강을 나간 학원에서 마지막 날 돈을 주며 미리 고지했던 시급의 세 배를 쳐서 셈해주었다. 그 짧은 와중에도 여러모로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학원이었는데, 돈이라도 잘 받아 다행이다 생각하고 그럭저럭 마무리 했다.

왓챠로 <체르노빌>을 봤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같은 과 중국인 친구가 인스타에 <체르노빌> 포스터를 올린 걸 보고, 약간 놀랐고, 약간 슬펐고, 많이 안타까웠다.

(구구절절 재정 상황을 포함한 호소문을 쓴 끝에) A의 TA를 하기로 되었고, 더해서 작년에 했던 모 프로젝트에 다시 A의 조교로 합류하기로 되었다. 일은 모두 3월부터 시작이다.

후라이와는 끊어졌다. 계속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좀 아쉬운 것 같다.

CGV 압구정에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보았다. 여태 들었던 모든 ‘사계’가 심심했던 것처럼 착각할 만큼 영화의 ‘사계’는 미친듯한 전율로 파고들었다. 크레딧 끝나자마자 다시 보고 싶어졌다. 다만 아트하우스 상영관이었는데도 크레딧 내내 눈뽕 넣는 무개념이 앞에 있어서 열이 솟구쳤다.

설 연휴 가족식사는 아웃백에서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대기 신청하면서 티본 스테이크 주문한다고 했다가 들고온 메뉴판에 엄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물론 티본 먹지 않았다.

함께 보기로 했던 날 가지 못해서, <매그넘 인 파리>를 혼자 가서 보았다. 엽서를 여섯 장 샀고 백년옥에서 비지찌개를 먹었다. 무려 공기밥도 추가해서.

치과에서 스케일링 받고 레진 하나를 했다. 치경계마모증이라고 하는 게 있단다. 그냥 생기는 거란다.

<여성연구자, 선을 넘다> 북토크에 다녀왔다. 재미있었다. 아직 책을 사지 못했다. 요즘 돈 아주 펑펑 쓰고 있어서 조금 머뭇거리게 된다.

김현미 선생 북토크에 다녀왔다. 책은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인데, 사실 책보다는 그냥 강연(?)에 더 가까웠던 듯 싶다. 북토크 제목은 이러했다, “퀴어운동과 민주주의: 퀴어 죽음정치의 종언.”

신사의 그 학원 한 달 근무하고 첫 월급을 받았고, 이 돈이 어떻게 정산된 건지 계산하느라 한참 걸렸다. 오랜만에 세 자릿수 잡히는 월급을 받으니 즐거웠다.

O가 결혼을 했다.

<툴루즈 로트렉>전을 홍과 함께 보았다. 그 역시 새로이 닿은 인연이다. 전시 다 본 뒤엔 (지금 생각해보니 좀 웃긴 메뉴 선택인데) 생대구탕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맥주집 사장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던 곳. 그곳의 모든 손님은 그녀의 어장 안에 들어있는 물고기인 듯했다.

동네 헬스장에 회원권을 끊고 피티를 받기로 했다. 10회 끊었고 2회 진행했다. 근력 위주로 저중량 운동한다. 평범하게 스쾃하고 데드리프트하고 런지하고 그런다. 스트레칭은 뭐했는지 맨날천날 까먹는다. “머리로 외운 건 잘 기억 안 나도 몸으로 한 건 잘 기억 나잖아요”라고 말하는 피티쌤의 말을 동조할 수 없어, 그저 웃지요. 첫 날 수업 후에 피티쌤은 “유산소는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해주셨지만 왠지 모를 느낌적인 느낌이 유산소를 하나도 안 하면 운동을 좀 하다만 느낌이라서(?) 가볍게 뛴다. 많이도 아니고, 4.0으로 한참 걷다가, 잠깐 8.0쯤으로 달리다가, 다시 4.9쯤 내려서 쭈욱 걷다가 내려온다. 그에 한번은 조성진의 쇼팽콩쿨 우승곡 <Chopin: Piano Concerto in E Minor, Op. 11>을 완주(?)했고, 또 한번은 (내가 진짜 오지게 좋아하는) 조성진의 2014년 루빈스타인 Finals A stage, <Brahms: Quartet in G minor, Op. 25>의 1, 2, 4악장을 따라갔다(3악장 미안해). 또 한번은 조성진의 2018년 연주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 그리고 오늘은 손열음의 <Mozart: Piano Concerto No. 15 in B flat, K450>. 무려 앞에 TV를 틀어놓고도 계속해서 폰 화면을 보게 만드는 연주들. 그때 그때 컨디션에 맞는 길이로(예컨대 40분 넘게 달릴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 따위의 기준으로) 들을 음악을 고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헬스장에 틀어져있는 씨끄럽기만한 노래보다 훨씬 더 좋다. 근데 연주 끝나면 런닝하다말고 나도 같이 박수치고 싶어지는 게 함정.

JJ로부터 연락이 왔고. 대화를 적당히 끊었는데. 대뜸 또 만나자고 해서 나가 만났다. 의외의 연속. 연락이 온 것도 의외. 보고싶다는 것도 의외. 만났더니 따지지 못한 것들을 뒤늦게라도 따지고 싶었다는 것도 의외. 그리고 끝내는 카페 뉴욕으로 돌아가면 안 되냐는 물음도 의외. 나에게 자꾸 쿨하다고 말하더라. “좀 잔인하네.”라고 말했다. 씁쓸함이 남아. 술이 먹고 싶은데 영 각이 안 선다.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