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7. 위력

“사장님, 저 맘에 안 드시죠?”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것이 지난 이틀에 대한 소감. 오늘은 대략 택시비만큼 연장근무를 하고 택시를 타고 귀가를 했다.

여러 부분에서 내가 이전과 많이 다른 사람이 되었음을 느끼고, 위의 경우도 그러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렇다는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개는 끝내 그런 소리를 하게 된다. 지난 월요일에 어딜 좀 가서 오랜만에 누굴 좀 만났다. 서로 안 지는 4년이 지났고, 꽤 자주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다가 한동안 만나지 못한 게 한 2년쯤 되었다. 여기엔 내 진학도, 가난도, 불안정도 모두 기여한 바 크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꽤나 큰 이유가 되었었다. 그것이 (이제 와서) 기분이 나쁘다. 다음을 약속하며 인사를 나누는데 느닷없이 ‘갹갹씨도 나이가 들긴 드는구나…’ 하는 소리를 해서 무방비로 멘탈을 뚜까 맞았다. 4년 전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이들어 보이게(?) 하고 다니던 시절인데 왜 때문이죠!??!?!!?!!? 쾅쾅ㅋ코아ㅓㅐㄷ절마ㅓㅑ맹코앙!!!!!!!!! (오랜만에 쓴다 맹코앙. 뿌듯) 하지만 나도 안다 왜 때문인지. 각설, 4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가장 크게 다르다(고 느낀다). 내 눈 앞으로 서류더미가 던져지던 순간, 의지와 무관하게 내 몸뚱이가 보였던 반응을 기억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요며칠 계속 101동 업무도, 해외답사 업무도, (구)단골집 노동도 하나같이 정신없고 산만하고 머리 아프다. 계속 지나간 프로포절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아무 것도 손대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이번 달은 다 가야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내년 여름은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 마음이 조급하지 않은듯 조급하다.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워서 당장은 그저 생각하기를 멈춘, 먼 내일의 일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니냐 하는 압박감이 드물게 찾아온다. 도비는 양말 이후의 꿈을 꾸는가? 어제 모씨에게 했던 이야긴데, 생업과 본업이 일치하기라도 하면 좋겠다. 둘이 조화로울 수 없어서 내 정신세계도 조화롭지 못하다. (외인적) 내적 갈등 넘나 심각한 것.

슬슬 옷을 정말 다 치워야겠다 싶은데 버리는 편이나 뿌리는 편이나 어느 쪽으로도 열심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하염없이 문간에 놓여있다. 집도 좁은데. 지—미. 아무나 그냥 알아서 가져가버리면 좋겠군.

통상은 퇴근해 새벽-저녁밥을 먹어야 할 시간인데 이래저래 놓쳤다. 온 대로 뻗어버린 이불 속은 따뜻하고 눈은 빡빡하게 내려 앉는다. 오늘의 게으름은 내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