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 내 관심사가 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걸 할 예정인지, 무슨 글을 쓸 건지,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해서 말을 얼버무리면 어딘가 알 수 없게 미묘한 표정이 돌아와. 근데 뭐. 그게 뭐. 어때서 뭐.
당당할 수 없는 나는, 부끄러운 나는, 자괴감을 느끼는 나는, 쥐구멍에 숨고 싶은 나는, 얼굴을 오래 들고 있지 못하고 눈을 오래 마주치지 못한다.
무언가가 갑자기 새로워지길 기대한다. 허망한 꿈이다. 뒷머리가 조금 헝클어진 단발 머리 원피스에 자켓을 입은 인형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불쌍하게 여겼고, 동정하고, 안타까워 했다. 그렇게까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려고 했던 것도 같다.
취해있으면 차라리 좋겠군. 외롭다 이 방은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