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안 끝난 거 같다. 내일이 월요일이라니, 믿기지 않아. 출근을 해야 하다니, 역시 믿기지 않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한다니, 너무너무 믿고 싶지 않아. 세상에. 주말 다 어디갔냐. 이번 주는 아마도 그나마 한가로운듯 전혀 한가롭지 않을 텐데. 땅굴을 파고 들어가 앉아있으면 좋겠다. 물론 축축하지도 컴컴하지도 않게. 벽장 속 이불에 파묻혀 있는 마냥 포근하고 따뜻하면 좋겠다. 따수운 솜뭉치가 있으면 좋겠다. 분더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어딘가 조급해지는 감이 있다. 깨진 엄지를 보수할까 하다가 시간이 되는 김에 네일을 갈아 엎었다. 딮그린으로 딮프렌치를 했다. 벼르고 별렀으나 아무 곳에서도 사지 못한 파데를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기모 후드티를 세 장이나 더 샀다. (머리를 자른 김에 교복처럼 입을 수 있으리라.) 공간박스에서 꺼내지도 못한 후드들이 안타깝지만, 어차피 쭈리니까 추워서도 못 입는다. 동네는 여전히 남의 동네 같다. 벌써 내 동네 같을 리가 없지만. 여유롭게 걸을 날이 언제쯤 올까. 여유롭게 몇 바퀴를 돌고 또 돌아서 눈에 익고 발에 익을 때쯤 잔정이나마 붙을까. 일요일에 그렇게나 많은 가게들이 장사를 하지 않는 것도 충격이었다. 무려 네 곳의 보기를 골라두었는데, 네 곳 모두 장렬히 실패했다. 어쩜 이럴 수가 있냐. 육회지존 가서 육회 먹고 싶다. 바다횟집 광광우럭따 먹고 싶다. 예향에서 양꼬치에 온면 먹고 싶다. 복길이 깊은 의자에 앉아서 맞은 편 홈플365 구경하면서 아이스 핸드드립 마시고 싶다. 투썸 큰 책상에 앉아서 티비에 쉴 새 없이 나오는 태리 광고 보고 싶다. ( ) 싶다. 어렵지 싶다. 안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