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더니 무언가 조금은 정리가 된 것도, 아니지 선명해진 것도, 혹은 인정하게 된 것도 같다. 내가 원하는 건 그것이 아니다. 그거 하지마. 거기서 멈추지 않는 것. 그거 하지 말고 이렇게 해줘, 라고 말하는 것. 얘기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뭐가 자꾸 두려운 걸까.
순도 100%짜리도 아니긴 하지만, 홀로 외따로 어딘가 구석진 누군가와의 연결고리가 옅은 그런 공간으로 떠밀려간 것은.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른다. “떠밀리듯”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분명히 나에게 있다. 문제인 줄 알면서 일부러 외면했던 것도 있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거나, 귀찮았거나. 귀찮음을 극복할 용기까지는 없었거나. 화가 나는 데에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화를 다스려야 한다고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다스린다고 다스려지면 그게 ‘화’게? 마음이 어때요? 라는 질문은 항상 어렵다. 제일 많이 하는 대답은,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말해야 하지” 따위의 것들이다. 나는 여전히 나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