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9. 그때는 그리고 지금은

그때는 그럴만 했던 것 같아요. 주변의 환경들이라든가, 사람들의 반응이라든가, 가정에서의 상황이라든가. 거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밖에서 공격하면 할수록 더 꽁꽁 뭉쳐야만 했으니까. 같은 편을 지켜야만 했으니까. 거기다가 힘들었잖아. 힘들었는데, 지쳤는데, 무섭고 두려웠는데. 위로 받고 싶었고, 보상 받고 싶었고. 그랬을 것 같아요. 또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하필 그런 식이었고. 늘 같이 있고, 따라다니고, 잘 먹이고, 잘 입히고, 무언갈 퍼부어주는. 그래서 그걸로 마치 인증이라도 되는 것마냥. 교회도, 간사님도, ㅅㄹㅈㅇ도, 1234도, 학교도, 나를 경멸하는 듯한 그 모든 눈빛들이, 그러니까 그냥 ‘우리’를 제외한 모두는 적이었어요. 그러니 계속 안으로 파고 들어가기만 할 밖에.

근데 그러면 그 이후에는 왜요?
그때는, 그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쳐요.
그 다음엔요?

그래요. 뭐 대답할 수 없다고 쳐도. 어쨌든 지금은 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가 시작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변화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럴 때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건,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왜 그렇게 느꼈는지,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아는 것이요. 그래서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또 그 선택을 반복할 건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건지를 고민할 틈을 갖는 거요.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