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4회 덕선이 정팔이 버스신 보다가 옛날 생각이 났다. 105번이었는지 202번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여하간 1학년 끝나는 겨울방학 전 마지막 등교하던 날 버스에서 선물을 받았다. 크리스마스 되기 전쯤이었던 거 같다. 미리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했던 거 같거든. 나는 맨뒤 다섯 칸짜리 바로 앞에 있는 한 칸짜리 오른편 좌석에 앉아 있었다. 아침마다 비슷한 시간대 같은 버스에 타던 애였는데, D고 교복을 입고 있어서 몇 학년인지도 알았다. 그 학교에 친구들이 많았거든. 거기서 버스 타고 그 학교 가려면 105번도 202번도 아니고 27x번을 탔어야 했다. 그래야 우회전 받고 학교 앞에서 내려줬거든. 갈아탈 수 있는 정류장에서 안 내렸으니 아마 매번 한두 정거장 쯤은 걸었을 거다. 그애가 굳이 나와 같은 버스를 타는 건 그때도 그렇게 뻔해보였다. 한두 다리 건너면 아는 애였던 것도 같은데. 그때 친했던 모 학원 사회선생하고도 연결고리가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 진짜 흐릿한 기억이다. 그 선물은 목도리였는데, 나름 만나는 사람 있다고 내가 안 썼다. 엄마 줬다. 버버리 체크였나 싶기도 하고, 뭐 하여튼 카멜브라운 색이었을 거야.
며칠 전부터 엄청 오래, 쭉, 내내, 계속 잔다. 자꾸만 자는데, 자꾸만 꿈도 꾸고, 깨고서도 자꾸만 선명하고, 한참을 맴돈다. 오래 전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쪽 사람과 저쪽 사람이 뒤섞여있고, 가장 당황스러운 건 이러면 안 되는 사람과 그러면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꿈이란 게 늘 그렇다지만 이렇게까지 유별난 건 신기한 일이지. 진짜로 일기라도 써둬야 하나 싶다. 우습다.
셔틀 없던 시절 학원 끝나고 이땡일땡 타고 귀가하면 내려서부터 집 들어가는 큰길가까지 건너편에서 졸졸 따라 걷던 애가 있었다. 아는 척은 안 했다. 아는 척 안 하고 싶어하는 거 같길래. 우리 동네랑은 전혀 인연이 없는, S사대부중을 다니던 애였는데. 교복이 온통 회색이었다. 그애 아부지가 다른 동네에서 학원을 하신다고 했던가. M쌤이 알고는 뒤에서 키득키득 했었다. 아무렴 지금 내가 생각해도 너무 재밌는 구경거리인 걸.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학원에서 안 보였다. 그러라고 보낸 학원이 아닌데 하면서 혼났을지도 모르지. 깔깔. 이제 나이 많이 들었나보다, 이런 옛날 생각 따위가 피식피식 한 걸 보니. 응답하라 시리즈 쓰는 작가들 이런 심정으로 글 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