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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유년기부터 청년기에 이르는 슈미트의 종교적·지적 소양은 가톨릭─인문주의적 교양─신칸트학파로부터 비롯된 ‘반-프로이센’적인 것이었다. 아래에서 다루겠지만 이 시기에 몸에 익힌 소양은 슈미트의 전 생애에 걸쳐 사유와 판단의 기체(基體)로 작용하게 된다. / 이후 슈미트는 뮌헨 대학을 거쳐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에서 1910년 박사논문을 제출한다. 「법적 책임과 그 종류에 관하여」(Über Schuld und Schuldarten)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그는 책임 개념을 심리학적으로 도출하는 법이론, 즉 법적 책임을 개인이 느끼는 죄책감이나 자괴감으로부터 도출하는 심리학주의를 비판하면서, 법적 책임이란 어디까지나 실정적 형법을 기초로 하는 ‘형식적 구조’로부터 규정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이것이 법실증주의로 대변되는 신칸트학파의 영향에서 비롯된 사유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즉 그는 『정치신학』에서 맹공격을 퍼붓게 될 신칸트학파의 영향 아래에서 스스로의 학문적 이력을 시작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