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9. 성적 다 나왔다

9학점 등록에 논문지도 빼고 6학점, 평점 3.85 나왔다. 역대 가장 낮은 평점이다. 크게 기대 안 했는데 뭔가 이번 학기 전체에 대해 억울하다. 아닌가? 그렇게 열심히 안 했으니까 억울하긴 좀 그런가? 페이스북 보다가 오지랖 넓게 생전 처음 보는 어떤 애(고등학생)가 논문대회 준비한다고 해서 논문자료 받는 거 도와주겠다고 오픈채팅까지 열어서 연락을 했다. 주제가 무슨 여성 참여 예능프로그램의 어쩌고였는데, 미디어 공부하던 시절 생각도 나고, 더 거슬러 고딩 때 토론대회 준비했던 거 생각도 나고. 그때 반크 활동가도 만나고, 모 대학 교수도 만나고, 사귀던 사람 아이디로 남의 대학 중도에서 논문 받는 거 잘도 써먹었었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막 났다. 지금 생각하니 웃기다. 그때 주제가 주변국 역사왜곡이랑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였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상황 안 좋은 것 같다.

오군이 보낸 사진에서 느닷없이 sitting yellow/gold man에 꽂혀서 무용하고 아름다운 검색을 한참 했다. 윤상 20주년 앨범을 내내 듣고 있다. 이제 슬슬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를 읽어야 한다. 활자 그만 보고 싶은 마음과 빨리 못 읽었던 책 읽고 싶은 마음이 좌우상하로 폭주한다. 엊그제 과제 내고 회식 가 소고기 흡입하고 집에 들어와 뻗었고. 새벽쯤 깨서 10년도 더 전에 봤던 <페르세폴리스>를 다시 봤다. 무뚝뚝감자칩 먹으면서 블랑을 마셨다. 자고 일어난 꼭두새벽에 모닝음주라니 뿌듯했다. 적당히 보다가 다시 잠들고, 오후에 일어나서는 본격 정재일 덕질다큐처럼 보이는 <너의 노래는>을 두 편 정도 봤다.

JJ가 온 뒤에 야식을 먹겠다고 택시까지 잡아타고 샤길에 나가서 좋아하는 이자카야에 갔다. 12시에 전화하고 2시까지 한다고 해서 갔는데, 20분만에 주방 마감했다고 영업 끝났다고 해서 다시 나오려다가 아무래도 노답 같아서 “아니 근데 전화하고 왔는데요… 두 시까지 하신다고 해서 택시타고 왔는데요…” 해서 결국 자리 앉았다. 사시미 먹으러 간 건데 사시미 전부 안 된대서 의문의 도미나베와 문어가라아게를 시켜먹었다. 화요+토닉2+레몬 세트 3.0 시켜서 2/3쯤 조지고 남은 건 들고 나왔다. 눈치보여서 10분 전 두 시에 정확하게 나왔다. 그들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닌데 왜 미안함은 나의 몫인가? 전화만 안 했어도 곱게 다른 가게 갔을 것이다. 자주 느끼지만 영업 시간은 항상 들쑥날쑥하고 주방 마감은 오라지게 빠르다. 가성비 나쁘고 맛만 없었어도 안 가는 건데(?)

내일 아침 9시에 네일을 받으러 가야한다. 어쩌다가 시간이 이리 꼬이고 꼬였나. 오후엔 4번집(맞나?)에 가기 위해 KTX를 타야한다. 일요일 저녁은 되어야 2번 집을 거쳐 1번 집으로 돌아올 테고, 밤이 아니면 월요일 아침에 3번 집으로 돌아오겠지. 다시 월요일 오후엔 재미있는 뭔가를 들으러 가야한다. 저녁엔 평가면담 같은 걸 가야 한다. 뭐냐 나 방학한 거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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