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회의 때문에 열시 좀 지나서 출근 했을까, 사무실 문은 잠겨 있는데 건너편 자리엔 이미 누군가 나온 흔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 앉았던 구 조교님은 얼마 전 졸업과 함께 떠났고, 새로운 조교로 바뀐다는 이야기만 들은 터였다. 지난주 언젠가 내가 만들어 둔 좌석표에 떠나간 구 조교 이름을 박박 긋고 새로 쓴 신 조교의 이름이 눈에 띄어, 좌석표를 새로 만들어 붙여두었다. 그 신 조교였던 것이다. 짐을 주섬주섬 풀고 있는데 신 조교가 들어왔고 나는 문자 그대로 기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처음 만나는 그녀가 나를 보고 섰고, 나도 그녀를 보고 서서, “니가 왜 여기에…….?????????? 와 미친 대박 개소름”을 쉴새없이 내뱉었지.
오늘에서야 알았지만 나는 그녀가 어느 대학에 진학을 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제는 5학기째라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했다. 곧 떠난다고. 무서운 세상. (학력세탁 어쩌고 하는 얘기를 해서 좀 당황하긴 했다.) 매주 이틀씩 출근을 한다고 한다. 다음 주에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세상이 좁아 아무리 좁다 해도 어떻게 한 사무실에서 지난 일주일을 이렇게 스치고 또 만나게 됐을까. 아, 인생 진짜 모를 일이다.
이모티콘은 댓글로 안달리나봐